1948년 5월 31일 오전 10시 이 땅에 단군 이래 처음으로 민주국회가 문을 열었다. 이날 제헌의원들은 국회의장에 이승만, 부의장에 신익희 김동원 의원을 선출하고 6월 1~2일 헌법 및 정부조직법 제정, 국회법 제정심의위를 구성한 뒤 입법작업을 서둘렀다.

제헌국회의원은 200명 임기는 2년이었다. 2년 동안 새민주독립국가 건립의 주춧돌을 쌓는 게 임무였다. 의원들은 임기중 203일간 본회의를 열고 헌법 등 150여건의 주요법률들을 거의 합의 또는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제헌국회 이후 58년 동안 16차례나 국회가 가동됐으나 민심·민의 존중·의원들의 출석률과 열성, 각종 법안의 심의·통과의 생산성, 충실한 의정활동, 법안의 우수성에 있어 어느 국회도 제헌국회에 미치지 못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제헌국회의원들이 받은 처우는 참으로 초라했다. 나라도 국민도 모두 가난해 세비는 약간의 식대와 교통비 정도, 식사는 중앙청내 공무원식당에서 교통수단은 낡은버스 전차 역마차 편으로, 지방의원들은 종로구 창성동의 공동숙사(옛기숙사)를 이용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누구도 불평이 없었고 하루 빨리 새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애국심만은 언제나 뜨거웠다. 애국심 선공후사와 탈당리당략의 자세, 그리고 국민을 받들고 심부름하겠다는 결의는 결국 훌륭한 제헌헌법과 각종 입법을 낳게했던 것이다. 말 많고 시끄러웠고 여야간의 대결·마찰이 잦았던 17대 국회가 내일로 막을 내리고 30일부터 18대 새국회가 시작된다. 국회사상 가장 큰 물갈이 세대교체로 신인들이 유난히 많았고 특히 한총련 등 진보단체 출신의원들이 많았던 17대국회는 어느 면에서 비정상적이고 불행한 국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민주 자유 인권 복지 민심대변 등에 관한 의욕은 넘쳤지만 집권자와 여당, 집권자와 야당간의 이례적인 갈등과 대화단절, 불신과 경계심 등으로 민주정치 민주의정을 제대로 발전시키는데 실패했다.

18대 국회는 대체로 2가지 특징이 예상된다. 먼저 당당체제, 한나라당, 민주당 등 6개 정당이 들어서고 종래 2개의 교섭단체가 3개가 될 전망이다. 다음 각계 유능한 정치신인들이 상당수 활동할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정당들이 공천과정에서 중진·고참의원들을 대거 탈락 시킴으로써 정치적인 경륜과 경험을 걱정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국가 민주화시대에는 당연히 국회가 정치의 중심과 본산이 되어야 함에도 정치의 중심은 청와대와 각 정당이 되고 국회는 대결장 싸움터로 격하시켜 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벌써부터 국민들은 18대 국회가 제발 정신차려 경제살리기, 민생, 복지·교육 대책에 주력해 달라는 뜻을 여론조사를 통해 전하고 있지만 결코 전망은 밝지 않다.

쇠고기 파문, 한미FTA 협정비준, 각종 경제 및 사회개혁의 법안들이 여전한 당리당략에 묶여 사사건건 대결체제 결전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진정한 민심-민의의 대변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는 국회개원 60주년. 18대 국회와 의원들이 60년 전 제헌국회의원들의 애국심, 민의존중, 사심없는 의정활동의 자세와 정신을 단 20~30%만이라도 구현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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