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대송

민평통 자문회의 평창군협의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지도 3년째가 되어가고 그동안 수고하신 위원들과 뜻있는 경험을 하고자 개성을 다녀왔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자문위원의 역할에 새삼 중요함을 느꼈고, 협의회 활동에 부진했었던 위원들의 참여의지는 물론 지역협의회와 사무처와의 호흡을 맞추어 실질적인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당일 코스로 고려역사와 문화유적지, 개성공업지구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지난날에는 상상도 못했던 남북관계의 진전된 결과다. 이러한 인도적 노력속에 문화가 공유되고 아울러 경제협력을 통한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희망의 현장을 볼 수 있어서 그 어떤 관광보다도 좋은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어렵게 통과한 북측 출입사무소를 막 뒤로하자 분홍색 아카시아 꽃을 비롯하여 개성공단의 건설현장은 여기가 북한이라는 낯섦을 잊게 해 주었다. 마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징물을 교차시켜 희망과 절망의 공간속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는 곳인 것 같았다. 개성시내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이었다. 주민들의 허름한 옷차림과 그을리고 무표정한 얼굴, 낡은 상점건물과 어색한 간판, 섬짓한 문구의 붉은색 구호를 보면서 한쪽은 넘치고, 다른 한쪽은 모자라는 대조적인 현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여행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 모두 털어 주고 싶었다. 이것이 민족이라는 동질감에서 오는 연민의 정이고, 그들보다 더 많이 누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공동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내 것을 자유롭게 인정하고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해서 문제인데 북한에 있는 하루만이라도 마음껏 누리고 살 수 있는 삶의 환경에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여인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누워있는 모습으로 임신한 배에 손을 얹어 놓은 듯한 송악산,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인 박연폭포, 관음사는 말 그대로 명승지였다. 함께 어우러져 있는 산과 물, 나름대로 보전의 가치와 의미를 더해 주었다.

점심은 북한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개성 13첩 반상기가 나왔다. 이 참에 평양냉면도 맛보았다. 그러나 산해진미도 안 맞은 사람이 있었다. 미국인 여행객이었다. 음식은 단순히 ‘혀의 경험’이 아니라 소통의 매체라는 황석영의 말을 빌리자면 북한 안내원들에게는 미국인이 더 없이 불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왕 개성에 왔으면 그 나라의 문화를 맛보는 것도 미국인에게는 추억 이상의 의미를 보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개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신비의 땅인 것 같았다. 700여 년 전의 문화에 얹혀 있는 초라한 모습, 그리고 한반도의 무궁한 번영과 도약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개성공단. 지금 남과 북은 서로 다른 길을 오랜 시간 걸어왔다. 최근 실용정부의 입장도 이와 맞물려 북한이 먼저 변해주기를 바라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금강산, 개성관광 같은 희망의 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평양, 백두산까지 우리의 발길이 닿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한 부분에 우리 평창군협의회가 작은 몫을 맡아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일을 계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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