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문화 커뮤니티 금토 대표
지난 대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경제’에 쏠려 있었고 우리는 ‘CEO 대통령’을 선택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통령이 개개인의 삶을 경제적으로 보다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희망의 출발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계획했던 경제성장률의 하향조정이 예고됐고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한미 FTA협상이 우리의 식생활과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경제, 국가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속에서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역경제는 더 말할 나위 없이 미국의 날갯짓에 태풍을 만난 나비효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날마다 오르는 물가에 아예 체념이 되어 낡은 자동차를 폐기해야겠다는 생각과 이참에 채식을 해볼까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생각에 머물 뿐 실천할 것 같지는 않다. 소시민의 지극히 소극적 생각과 함께 갖는 무력감이 신문을 읽으며 나날이 증폭되는 요즘이다.

경제담당 기자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무엇을 가장 많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생각을 신문에서 더듬거려본다.

‘소비심리 위축 장기화’(5월 19일), ‘유통가 불황탈출 안간힘’(5월 20일) ‘강원관광 고유가 지속 땐 타격’(5월 21일)…. 연일 물가와 관련된 뉴스가 빠지지 않고 있다. 5월 23일자 1면에는 고유가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일상생활을 몇 가지의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멀지 않은 일상,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답답하다. 엄연한 현실이지만 답 없는 기사들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현상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들은 드물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을 비롯하여 각종 경제관련 단체들이 제공하는 통계자료나 설문조사를 기초자료로 하는 기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현상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있지 못하다.

5월21일자 경제면 톱기사로 실린 ‘원재료값 폭등 물가대란 우려’제하의 기사는 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것을 원재료의 전년대비 가격을 기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50% 이상 상승한 각종 원재료 상승률을 한국은행 자료로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중간재와 소비재 상승률을 전하고 있다. 또 전문가의 코멘트에는 ‘최종재’라는 용어가 나오고 있다. 각종 낯선 용어가 뒤섞임으로써 기사는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궁극적으로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는 기사이며 이 시점에서 발표되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또한 이 기사를 읽으면 무엇보다 원재료의 큰 상승폭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제목은 원재료 상승폭에 초점을 두어 ‘물가대란 우려’를 강조하고 있다.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뉴스성 기사로 다루기보다는 물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로 다루었다면 물가 상승의 흐름을 보다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일 경쟁적으로 물가상승을 보도하는 단계를 넘어 고물가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제 정보와 생활의 지혜를 제공해야 할 때이다.

최근 대학생들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도대체 신문을 읽지 않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기관지인 모 신문을 보여주고 설문 중 하나로 관심 있는 기사를 고르라고 했더니 상당수가 그 신문에 실린 ‘공짜로 영화 볼 수 있는 곳’ 안내기사를 집어냈다. 한참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생각을 정리했다. ‘답은 아주 간단하고 이들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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