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모니터가 본 생활물가] 권오선 원주시 단계동

“나도 이제 일하고 싶어!” 언젠가 친구의 외마디에 나는 깜짝 놀랐었다. 남편과 아이들밖에 모르던 친구의 결의에 찬 눈빛은 자못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러나 몇 주후 다시 만난 그 친구는 그동안 가슴앓이를 얼마나 했던지 사회에 대한 서운함으로 눈빛을 흐렸다. 그때 그 친구의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결혼과 함께 육아와 살림살이로 힘겹게 한 고비를 넘기고, 아쉬웠던 사회로 고개를 돌려보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는 금하고 있으나 나이 제한, 학력 제한에 걸려 마음만 상하고 돌아서기 쉽다. 자신이 가정에서 노하우를 쌓았듯 사회에서 노하우를 쌓은 그들이 그리 쉽사리 자리를 내주겠는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 사회의 요구에 충족 되는 나를 만든 후에 도전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 하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중심으로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일단 사회봉사 쪽으로 방향을 잡아봄은 어떨는지.

이제 사회 자원봉사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먹고 살 만한 사모님들이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자신의 경력에 한줄 더 써넣으려고 알량한 봉사를 했다면, 요즘에는 시간제로 실비(교통비와 식사비 정도)를 제공하면서 실질적이고 높은 질의 봉사를 요하는 시대다. 요즈음 각 사회단체에서 자원봉사자를 대거 모집하고 있다. 가정에서 어머니로서 발휘하던 따스함과 인내, 강인함과 슬기가 바탕이 된 삶의 노하우를 펼쳐봄이 어떨는지.

가정을 떠나 사회로 옮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사회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자신의 건강이 필수다. 더불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가장은 남자라야만 된다는 법조문은 없다. 가족부양의 책임이 남자에게만 있지 않다는 말이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가장인 세대가 전체 세대의 25%를, 맞벌이하는 가정은 거의 50%대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는 또한 ‘가장은 남자다’라는 통념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든 자부심을 갖고 가정을 책임지는 시대인 것이다.

도내에는 노동부 산하 고용지원센터가 5곳이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취업까지, 일자리 정보에서 개인특성별 맞춤형 취업 지원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의 차원이 아닌 봉사의 차원으로 접근해 보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봉사를 하며 지내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 자기실현을 위해서이든, 가계의 보탬을 위해서이든 봉사는 필수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반드시 ‘나’가 존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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