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강릉 실천예절지도사
천년의 축제로 이어져온 강릉단오제는 내 기억 속에 온 동네가 아침 단오차례로 시작된다. 농경사회였던 지난날 일년 농사의 시작인 모심기를 끝내고 여름이 오기전에 조상님께 간단한 제수와 과일로 여름의 시작을 고 하였는데 저장 방법이 어려웠던 옛날엔 제철에 나는 앵두가 주된 과일이었다.

지금이야 과일 대접도 받지 못하는 앵두지만 그 시절에는 부엌 바닥에 묻었던 밤과 차고 서늘한 곳 항아리 안에 두었던 곶감과 마당가에서 따온 앵두가 삼실과였다.

앵두는 피를 맑게 하고 위를 보호하며 봄철에 떨어진 입맛을 돋아 준다고 하니 과일로는 손색이 없으리라.

차례가 끝나면 온 동네가 단오장으로 향한다. 단옷날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결이 고와지고 창포 뿌리로 남자아이에겐 고추 모양으로 깎고, 여자아이에게는 사각으로 깎아서 연분홍으로 물들여 말렸다가 색실로 꿰매어 끈을 매달아 머리가 길면 댕기에 매고, 머리가 짧으면 뒷지덤에 꽂아 두었다가 유월 유두날 강물에 띄우면 일년내내 무병하다고 했다. 또 단옷날에 그네를 타면 여름에 모기에 물리지 않고 더위 먹지 않는다고 했고, 사월 그믐이면 진사댁, 회산댁 등 대가집에서 저마다 그네를 매 놓았다가 단옷날 저녁에 끊었다. ‘그네를 뛰게 좀더 나뒀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네를 끊지 않고 오래두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늘 뒤로 해야 했다. 지금은 단오 풍속이 많이 사라졌지만 단오굿 마당에서는 주민의 안녕과 풍년, 풍어, 질병예방 등을 기원하는 모습은 옛날과 많이 닮았다. 세월이 지나 과거처럼 굿당을 찾는 사람들은 줄었다 해도 그 곳을 찾는 마음과 정성은 변치 않았으리라. 단오장의 농악경연, 씨름, 그네, 투호 등의 전통 민속놀이는 주민들간의 협동심과 애향심을 북돋는다.

강릉단오제가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금까지 잘 보존, 계승해 온 것도 이러한 주민들의 협동과 애향심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외씨같은 전 이밥에(흰 쌀밥) 앵두같은 팥을 섞어(모내기밥) 쇠뿔같은 더덕지(더덕장아찌)로 배부르게 먹고 지고’라고 소망을 노래했던 그 시절. 비록 생활은 궁핍했지만 마음만큼은 풍요로웠왔던 그 때가 그립다.

김남정·강릉 실천예절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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