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서 출범한지 100일을 맞은 이명박정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한 곤욕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계몽을 접은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합의한데서 비롯됐다.

병든 소-광우병에 대한 우려·공포가 괴담·괴설에 이어 촛불시위로 번졌고 시위자들의 구호도 처음 국민건강을 위한 검역주권 수호·재협상에서 정부에 대한 비난과 공격으로 발전해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총리에 이어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음”을 사과해도 또 미국과 광우병 발생 때 수입중단키로 추가합의했으나 촛불시위와 반발은 더욱 확산되어왔던 것이다.

시위대열에 중고생들이 참여한 데 이어 주부들까지 가세한 것은 그동안 새 정부에 대해 쌓인 불만이 함께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인수위의 시행착오, 각료와 청와대 참모인상의 문제점, 대선 압승에 따른 지나친 자만, 당정청의 어정쩡한 자세, 국민을 섬기겠다면서도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등에 대한 불만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다 747 경제공약에도 불구하고 고물가·고실업·고유가 상황에 정부의 관망자세 또는 무대책 자세에 대한 불만도 함께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오늘의 상황에 관한 민심의 반응은 작년말 대선에서 48.7%의 득표율로 압승했고 1년 넘게 40∼50%선을 유지하던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선으로 하락한 것이 실감있게 말해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첫째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 수입조건·검역조건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어제 고시를 연기하고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할 수 있게 미국에 요청한 것은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재협상의 효과를 확보해야 한다.

다음 대국민 대화·소통을 관행화·상례화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기업 노조 언론 야당과의 우호를 강조할게 아니라 전국민 우호자세·프렌들리(Frendly) 자세가 긴요하다.

셋째 대통령만 말하고 움직이고 장관과 참모들은 입만 쳐다보는 것은 권위주의시대의 산물이다. 총리와 장관들에게 책임을 지워 뛰게하고 대통령은 독려하는 국정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넷째 당·정·청의 협력체제를 위계별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다섯째 대통령은 인수위가 설정한 193개 국정과제 중 단계와 시기별로 추진 계획표를 국민에게 제시해 믿고 협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취임 100일을 정부운영의 예행연습, 시운전으로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과감한 국정쇄신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국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정부와 참모들에 대한 과감한 인사개편이다.

100일 만에 바꾼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게 없다. 민심진정과 시국수습을 생각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오늘 실시되는 재보선은 출범 100일 정부에 대한 1차 평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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