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후 19년만에 재탄생

▲ 강릉단오제를 맞아 지난 8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강릉농공고와 강릉제일고 정기전에서 김진선지사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릉/최원명

83년 할렐루야 시발… 90년까지 명맥
김지사·MJ 의기투합 팀 창단 구체화
18일 준비위 발족… 도민기대감 고조

프로축구 강원FC(가칭) 창단 발표가 난지 한달여 만에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이 강릉을 찾았다.

의례적으로 정 회장은 김 지사와 함께 지난 8일 강릉제일고와 강릉농공고의 정기전이 열린 강릉종합경기장을 찾아 강원 고교축구의 양대 산맥인 양교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강원FC 초대 사령탑으로 거론되고 있는 양양 출신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국제부장도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시축 등 시전행사에 참석한 정 회장의 행보를 두고 도 체육인사들은 대한축구협회 수장으로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양교 축구단을 격려차 방문한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강원FC 창단과 맞물려서 강릉을 찾은 것”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일부 도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몽준 회장과 김진선 지사가 동시에 강릉농공고와 강릉제일고 축구 정기전을 관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강원FC 창단 때문에 연고지 문제와 강원도의 축구열기를 확인차 방문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강원도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1983년 K-리그 효시인 슈퍼리그가 출범 당시 5개 팀은 전국을 광역권으로 묶어 지역 연고를 택했다.

이 가운데 국내 최초 프로팀격인 할렐루야가 강원도와 충청도를 연고로 삼았다.

또 유공이 서울·인천·경기도, 대우 로얄즈 부산·경상남도, 포항제철 돌핀스 대구·경상북도, 국민은행이 전라남북도를 연고로 택했다.그러나 당시에는 프로축구팀 지역 연고라기보다는 축구 부흥을 위해 전국을 각 팀당 쪼개서 연고로 삼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듬해인 1984년 본격적인 지역 연고제가 기틀을 잡아갈 때 현대 호랑이와 럭키 금성팀이 창단됐다.당시 럭키 금성은 충청도를 연고로 했으며 현대 호랑이는 강원도를 연고로 정했다.

현대 호랑이의 연고가 강원도로 정해진 것은 고 정주영 회장의 영향(?)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의 고향이 북강원도 통천군 송전리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1990년 현대호랑이는 강원을 떠나 울산에 새 둥지를 텄다.

연고를 옮긴 것은 흥행에 실패, 당시 현대 계열사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에서 새로운 흥행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강원도는 프로축구와는 거리가 먼 ‘사각지대’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18년이 지난 지금 고 정주영 회장에 이어 이번에는 아들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고 도연고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게 됐다.

바로 프로축구 강원FC다.

지난 4월 정몽준 회장은 김진선 지사와 함께 K-리그 제15구단인 강원FC 창단 발표를 했다.

강원도 체육인들은 오랜 숙원이 이뤄졌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있으며 오는 18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강원FC 창단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법인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에 이어 강원도에 대한 애정이 정몽준 회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도내 체육 인사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정몽준 회장의 강원도행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은 “강원FC 창단은 체육의 시각으로 순수하게 접근해야지 정치적인 목적을 띠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의례적으로 고교 축구 라이벌전을 참관한 것만으로도 강원FC 창단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내년 K-리그에 강원FC가 참가하게 되면 1990년 이후 무려 19년 만에 다시 도 연고 프로축구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차질 없이 강원FC가 창단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은복 ri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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