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상빈 강릉 아산병원 정신과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적 대체에너지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바로 ‘에너지 절약’일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차를 타기 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걷기를 권하고, 운전 시에는 급출발, 급제동, 과속을 삼가는 연료절약 운전법이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다. 자동차를 살 때도 이제는 연비가 가장 중요한 선택조건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노타이 경제학’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직장인들이 근무 시에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체감온도가 2도 내려가게 되어 냉방온도를 2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전기료 3000억원이 절약되고, 연간 200만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체들이 앞 다투어 노타이의 쿨 비즈(Cool biz)를 받아들이고 있다. 노타이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넥타이를 착용하면 목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뇌의 혈액순환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뇌졸중의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넥타이를 푸는 순간 이러한 위험은 사라지게 되고, 뇌의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되어 집중력 등 인지능력의 향상마저 얻을 수 있다. 넥타이는 예의범절의 상징이지만 거추장한 격식을 벗어버리는 순간 실속을 차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약정신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에너지 소모는 큰 폭으로 변동된다. 자동차 운전 시에 연비를 절약하려는 온갖 운전법도 그 사람이 긴장을 풀고 느긋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법이다. 만약 그가 화가 난 상태라면 손쉽게 평소보다 50%의 연료를 더 소모하게 된다. 그렇다. 화를 내는 것은 결코 경제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 노타이 경제학을 아무리 열심히 실천하더라도 분노가 지속되면, 혈압상승으로 인해 뇌졸중의 위험은 급속하게 증가한다. 평소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집요하리만큼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던 사람도 일단 화병이 나게 되면, 건강에 치명적인 술, 담배를 마구 소비하는 막가파식 태도로 돌변하게 된다. 모든 절약정신은 더 잘살아 보기위한 미래지향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심한 분노는 뇌 속에서 미래를 급속하게 지워버린다. 그리고 삶에 대한 태도를 ‘자기 보존’에서 ‘자기 파괴’ 쪽으로 잠시 전환시킨다.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미래를 위한 준비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화가 풀리고 나면 그때 왜 그렇게 자신을 못살게 굴었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한번 화가 나게 되면 그것을 다스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화가 나는데도 계속 참게 되면 필연적으로 ‘화병’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방식인 ‘분노조절’이란 따지고 보면 이상적인 발상일 뿐이다. 한번 발생한 분노는 어떤 식으로든 화풀이로 해소되어야 끝나게 되며, 조절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화가 날 상황을 미연에 알아차리고 이를 피하는 것이며, 이는 ‘분노예방’ 또는 ‘분노회피’라 부를 수 있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수입쇠고기 문제로 화가 많이 나 있다. 만약 이러한 분노가 지속된다면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정말로 경제대통령이라면 하루빨리 국민의 분노를 풀어주어 더 이상의 국가적 자기 손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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