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성에 생명력이 샘솟고 있다.

새 봄을 맞는 우리는 지난 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새 봄은 언제나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와 신록(新綠)과 결실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자연은 신록과 결실을 그냥 주지 않는다. 자연에 대한 외경과 성실한 노력을 요구한다.

지난 해 봄, 우리는 백두대간을 휩쓴 화마가 던진 철저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4개 시군에서 무려 8일 동안 계속된 동해안 산불은 2만3천여㏊의 신록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60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9만2천여명이 동원되고 수많은 장비와 헬기가 동원됐으나 강풍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자연은 무심한 듯 돌아가지만 철저한 질서와 이치가 내재돼 있다. 광무한 자연 속의 한 점 인간이 그 질서를 깨면 성서 속의 ‘노아’의 고통과 인내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산불의 원인은 간단하다. 우리들의 부주의다. 차안에서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입산자의 실화,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 사소한 불찰이 무참하고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산불지역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5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당국이 아무리 계몽하고 단속해도 개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우리나라의 삼림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34조원의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주택이나 공장, 도로 등으로 자연훼손이 가속화되자 이미 30년 전인 지난 1972년 스톡홀름에서는 국제환경회의를 통해 ‘하나 밖에 없는 지구(Only One Earth)’를 지키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강원도의 심산유곡은 그 청정성과 풍광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관광상품은 물론 친환경농업 등 차별화된 상품이 돈이 되고 있다. 삼림이 이제 무형의 혜택 뿐만이 아니라 유형의 실질소득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소득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산은 간단하면서도 쉽게 지킬 수 있다. 꺼진 불도 다시보는 경각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강원도는 지형 등 자연조건상 일단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렵다. 험준한 산악,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한 바람, 두텁게 쌓인 낙엽 등 장애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강한 바람 앞에서는 헬기도 무용지물이다.

이제 다시 그 봄이 돌아왔다. 한식에 불을 사용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겨야할 시점이다. 불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金玉洙 道농정산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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