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헌
소설가(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나는 경유차를 타고 다닌다. 나는 주유를 할 때 거의 대부분 50리터씩을 주유한다. 연초에 나는 주유할 때마다 7만8000 원 안팎을 지불했다. 요즘은 9만3000 원 안팎을 지불한다. 기름값을 20% 더 내는 대신 혜택이 하나 생겼다. 주유소에서 무료 세차권을 준다. 나는 터널 세차기 안에서 유류세 내리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50%를 넘나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대표적인 간접세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의 10% 이상을 기름값에 붙여 충당하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그랬는데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란 말이 횡행한다. 오죽하면 소설가 백영옥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소설을 썼고, 그 안에 로또 복권 당첨자가 도박중독자로 변해 당첨금을 다 잃고는 ‘노무현 때문’이라고 강변하는 장치를 도입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괴이쩍게 나도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노무현 정부 때는 간접세가 줄어들었다. 2003년 56.4, 2004년 55.4, 2005년 53.1, 2006년 51%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직접세다. 유류세는 낮추기 힘들다고 한다. 유류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반대로 가고 있는 게 맞다. 그런데 바람직한 반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 반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한미관계가 삐걱거렸음은 물론이다. 대 북한정책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흐름을 이어받는 바람에 퍼주기란 비난을 많이 샀다. 그러나 북한은 이 기간에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도발’을 거의 하지 않았다. 냉전 비용이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북핵 문제가 등장해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기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미국과 북한 사이를 절묘하게 조율해 그 위기도 넘겼다.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 퍼주기는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계속 딴죽을 걸고 있다. 잘못하면 예상치 못했던 냉전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도 냉전비용이요, 북한의 도발이 있을까 두려워 전전긍긍해야 하는 심리적 불안도 냉전비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동생이 취임할 때부터 퇴임할 때까지 봉하마을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견제의 눈이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기왕에도 국회의원이었고, 동생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이명박 정부의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비서관이 사표를 내기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핵심 비서관을 그만두게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인사 개입이란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히는 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그만두게 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도 인사 개입이다. 가당치 않은 생각이지만, 내 동생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글 쓰는 것 외에는 어떤 일도 맡지 않겠다. 글 쓰는 공간도 아예 낚시터 옆으로 옮기겠다. 원고료 올려 달라는 얘기도 안 하겠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정치의 눈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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