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내 말 좀 들어보게. 세상에는 참 이해 안가는 일도 많지만 난 요즘 남북관계와 미국 부시 대통령의 한국관에 실망의 차원을 넘어 허탈감을 느끼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남북관계가 잘 풀려 나가더니 삐거덕 소리가 나는군."

"글쎄. 개인간의 점심 약속을 해 놓고 못 지킬때도 피치못할 사정을 이야기 하고 미안함을 전한후 다음 약속을 하는게 상식 아닌가."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불과 6시간 남겨두고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담취소 통보를 하는 북한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과 개인, 나라와 나라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미국을 방문한 金大中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은 미덥지가 못하다, 독재자다, 더 지켜 보겠다'고 발언한 것에 북한측이 발끈 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우리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자고 약속해놓고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우리 남쪽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애. 어느 국회의원은 북한이 우리를 '주머니속의 공기돌'로 생각한다고 흥분했다더군."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너무 미국의 입장만 한국에 강요하는 것 같지. 남북분단의 1차적 책임자로서 한반도문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검토해야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좋지만 하나 주면 하나 받겠다는 기계적 상호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아. 원래 상호주의는 처음에는 베푸는 거야."

"맞아. 나도 그 말엔 동감이네. 어린시절 펌프물을 퍼올릴때도 큰 바가지로 물을 잔뜩 붓고나서 펌프질을 해야 물이 콸콸 쏟아지잖아. 金대통령도 포괄적 상호주의로 대북관계를 풀어 나가겠다고 설득했는데 미국은 金대통령의 '북한보증'을 한마디로 못믿겠다는 반응이었지. 미국은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로 하고 싶은 말을 다했어."

"요즘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를 보면 이런 것 같애.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젊은 남녀가 작년 6월 15일날 결혼 하기로 약속해 놓고 1년이 가까워 오니까 여자가 전화로 남자에게 '우리 언제 결혼 할까'라고 상냥하게 물었는데 남자가 '싫어, 나 너하고 결혼 안해'하고 퉁명스럽게 전화를 뚝 끊어 버렸어. 황당한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만나본 적도 없는 너의 큰 삼촌이 내 성질이 더럽다고 욕을 했다면서...' 밀월에 금을 가게한 이유였지."

"맞아. 큰 삼촌도 문제고 그 남자도 웃기는 남자군. 숙명적인 동반자는 누구냐. 둘의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서로 하나가 되려고 노력해야지. 기분 내키는대로 돌출행동을 하면 인생을 맡기려 했던 애인도 돌아서게 되지. 인생은 상대적이잖아."

"남북회담의 틀을 새로 짜야한다는 여론이 많아. 미국의 쇼크에서 벗어나고 북한에 대해 기존의 포용정책을 지속하면서 신뢰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반미감정을 가지면 안돼. 그것은 '남남갈등'을 부추겨 혼란을 가져오지."

"북한도 이젠 달라져야돼.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 세상엔 독불장군이 없어. 최근 한반도 주변강국들의 움직임이 절대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야.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나네. 미국사람 믿지 말고 소련사람한테 속지 말고 일본사람 일어나니 조선사람 조심하자고...매사에 신중해야지."

"북한도 이 지구상에서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파트너는 남한이라는 사실을 빨리 확실하게 깨우쳤으면 좋겠어. 허허, 통일될때까지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하세."

咸 鍾 得 <기획국장>jdha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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