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문화 커뮤니티 금토 대표
‘상상의 공동체’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이 수평적 동료의식에서 상상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근대 자본주의의 발달에 의해, 새로운 문화적 구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즉,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인쇄매체의 발달이라는 기술의 발달에 의해 가능해졌음을 설명한다.

근대 민족주의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 앤더슨의 ‘민족’ 개념을 우리가 자주 말하는 ‘지역’ 또는 ‘지방’에도 적용시켜 보면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촛불정국’을 맞아 역설적이게도 지역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전국민에게 공동체감을 형성케 한 이 상황의 배경에 인터넷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발전해 온 여러 가지 문화적 현상 중에는 시공간 개념과 커뮤니케이션방식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양상의 공동체가 생겨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 지역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 요즘 내가 갖는 물음이다. 이 물음은 강원도민일보의 6월 20일자 1면을 보면서 좀 더 깊어졌다. 이날 1면의 톱기사는 ‘도내 공무원 740명 감축’ 제하의 공무원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이다. 그 오른쪽으로는 ‘국민께 뼈저린 반성’을 제목으로 대통령의 특별담화내용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이같은 지면배치는 지역일간지로서 국가적 이슈보다 지역의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역의 가치’를 우선하는 것을 신문제작의 기조로 삼고 있는 강원도민일보로서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지면을 보며 ‘지역’ 또는 ‘지역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오래 머물었다.

50을 넘긴 내 나이에도 메신저를 통해 중국에 가 있는 아이에게 춘천시장 명의로 보내온 성년축하메시지를 알리고 아이의 일상을 점검하는 요즘, 우리가 갖고 있는 지역의 개념과 지역의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공간 개념을 갖고 사는 지금, 지역의 의미를 보다 폭넓게 생각하자는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첨언을 하면, 대통령의 특별담화 관련기사는 이 날짜 신문에서 1면 사이드 톱과 함께 4면의 해설기사로 이어지고 있다. 담화의 내용이나 의미를 차근히 해설하는 지면이 있다는 것은 신문이 해야 하는 사회적 현상의 의미화 작업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이날의 이슈는 대통령의 담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시청광장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가진 도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강원도민일보에서는 이러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간과하고 있다. 지역신문으로서 지역주민 나름의 목소리를 빠트리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서울시청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전 국민이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메가 이슈이지만 이 문제를 놓고 자기가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만나야 하는 문제는 매우 다양할 수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리적 공간으로서 지역뿐만 아니라 특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생활 문화 공동체가 존재하는 곳으로서 지역을 바라볼 때 진정한 지역언론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지역을 상상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강원도민일보가 중심에 서기를 희망한다. jadey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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