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규 원

도산림정책과 산림보호담당
한달전인 지난 5월31일. 맑고 청명한 하늘과 산천에는 수목들이 짙푸른 녹색으로 절정을 향하고 있었다. 화단에 핀 장미꽃은 아름다움과 향긋한 향내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미는 어느새 꽃잎의 색이 바라고 향내도 멀어져가는 시기에 맞추어 우리 일행은 꿈과 희망을 안겨 주고자 이른 아침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 위하여 모든 준비를 끝냈다.

자가용으로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 하는 동안 전날에 황사를 동반한 비로 차량 유리창은 물론 전체가 흙투성이가 됐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자연의 신비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계절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맞추어 우리 일행은 5월이 가기 전에 장애재가 가정을 돕기 위하여 목적지로 향하는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우리 일행들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아직 한분도 오지 않았다. 차량에서 내려서 서성거리는데 전화가 한통화 걸려왔다. 일행인데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더니 금방 달려왔다. 오신 분에게 나는 떡 한 개를 권했다. 떡 20개를 가지고 왔는데 선착순으로 나누어 주기로 하고 이곳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9시쯤 10여명이 모이자 우리일행은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하였다. 방안에 있는 생활용품을 이동시키고 벽지와 장판을 새로 해 주기로 하였다. 모든 준비를 끝낸 후 다음으로 집안의 청소를 시작하였다. 말끔하게 정리정돈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화단에 핀 장미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장미 꽃잎이 시들고 향기도 없어져 가고 있었다. 장미를 바라보면서 현실에서 우리들의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작은 소망에서 자원봉사를 자청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휴일을 맞이하여 등산이다 야유회다 동창회다 체육행사다 하면서 떠들썩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보다도 더 멋진 인생의 향기를 전해주고자 하는 작은 소망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니 가슴 뿌듯함이 느껴진다.

방안의 옷장을 옮기고 천장의 벽지를 헐어내니 그동안 쌓인 먼지와 함께 방안은 온통 뿌연 먼지투성이다. 깨끗한 벽지를 새로 바르는 동안에도 풀칠하는 사람, 벽지를 재단하는 사람, 이를 보조해 주는 사람 등 각자의 맡은바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인생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이 세상 향기가 아무리 좋은 꽃이라도 열흘을 못 간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향기는 그들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다.

헌 장판을 뜯어내고 새 장판으로 깔아 놓으니 집안의 분위기 금방 바뀌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인은 우리 일행에게 수고가 많다고 불편한 몸을 가누며 커피를 타다 주었다. 대문 앞 감나무가지가 늘어져서 통행에 불편을 준다고 가지치기를 하여 줄 것을 요청도 하였다. 그들의 원대로 말끔하게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목어귀에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목에는 시원한 바람과 짙푸른 녹음사이로 새 희망이 피어난다. 파아란 하늘의 뭉개구름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인생의 향기가 잔잔한 파장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모든 꽃들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낙화되고 있다. 그대들은 오늘도 인생의 향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밤에도 감사를 올리면서 내일의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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