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지 현 춘천교대 교수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휴가 계획을 짜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방학도 하기 전에 이미 대도시의 초등학생들 중 상당히 많은 학생들은 어학연수를 가고 없다. 그렇지 않은 가족들도 자녀들 학원 때문에 휴가를 엄두도 못 내고 엄마는 애들 관리하느라 못가고 결국 혼자 남은 아버지는 친구들끼리의 모임에 나갈 수밖에 없다.

어디 방학뿐이겠는가? 평상시에도 아침·저녁으로 가족들끼리 밥을 함께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고 목 빼고 기다리시는 부모님 찾아뵙기란 그보다 더 어려우니 말이다.

아동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엘 킨드(David Elkind)는 ‘시간의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정상적인 성인으로 기르고 가정의 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삶을 나누고 가꾸어 갈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부모들이 더 이기적이어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일찍 결혼하기도 힘들고, 가장 혼자 벌어서는 살 수가 없다.

이러한 가족의 어려움을 돕고자 최근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가족친화 사회환경’이란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고, 아동양육 및 가족 부양 등에 대한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에서는 매년 가족친화제도를 잘 유지하는 기업이나 기관을 선정하여 인증기관표시를 할 수 있게 한다.

가족친화제도란 탄력적 근무제도, 자녀의 출산·양육 및 교육 지원 제도, 부양가족 지원제도, 근로자 본인 지원제도, 가족친화 사회문화 조성 등을 말한다.

인증기관으로 선정된 회사들의 경우 가족친화적 경영을 시행한 결과 직원들의 만족도, 고객 만족도, 회사의 경영 실적이 매우 향상되어서 결과적으로 투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출산휴가 근로자 혹은 배우자의 1년 육아휴직률이 24.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유아용품을 만드는 한 회사의 경우 회사경영실적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출산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의 결속과 친밀감에 대한 지원을 사회에서 법률로 정하고 장려하는 이유는 뭘까? 국가차원에서 볼 때 이는 다양한 인적자원들을 확보하고 활용하며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사회투자전략인 셈이다. 그렇다면 기업차원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이직률이 낮아지고 직원들의 충성심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인재확보를 통한 경영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회사뿐만이 아니라 일터라면 어느 곳에서나 이러한 가족친화적 문화가 확산되고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뿐인 법률이나 인증제가 아니라 대폭적인 세금 감면과 혜택이 뒤따라야 하며, 철저한 평가를 거쳐 시행정도를 개선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가족 안에는 아동, 청소년, 남성, 여성, 노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가족들과 함께 건전하게 놀고, 중요한 정신적 자산을 물려주고, 아프고 살기 어려울 때 국가에서 도울 수 있다면 어찌 선진국이 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족이 안정적일 때 국가도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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