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승 열

한탄강댐건설 반대 공동투쟁위원장
(철원군의회 의장)
지난 10여 년간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며, 진실과 정의를 수장시키려는 토건세력의 발버둥에 행정법원은 한탄강 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희대의 판결을 내렸다.

기본계획부터 수없이 수정할 수밖에 없도록 부실했던 계획은 국회,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감사원, 국무총리실 임진강특위를 거치면서 마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괴물의 모습으로 10년간 버티다가 법원이 침몰직전의 한탄강 댐을 물가에 내어 놓은 것이다.

지금 이 땅은 성난 촛불 앞에 토건세력과 그에 결탁한 보수언론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의 이 나라의 위기와 양극화 현상은 멀리서 온 것이 아니다. 바로 한탄강 댐 같은 거짓과 부패의 국책사업이 버젓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제 한탄강 댐은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을 시험하고야 끝이 날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국토해양부, 환경부, 청와대, 감사원, 국무총리실, 국회, 그리고 법원까지 시험하고 있다. 한탄강 댐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한탄강 댐이라는 심판대에 섰다.

지난 1월 25일, 두 번의 현장검증을 한 서울행정법원 제4부의 민중기 부장판사는 한탄강 댐은 적정성, 안전성, 경제성의 평가에 있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의 대안(제방+천변저류지, 임진강하구 준설)이 타당하므로 댐의 총 저수용량을 절반가량 축소하는 조정안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시간 제약으로 현장검증을 하지 못한 후임 재판장은 6월 27일, 이를 모두 뒤집었다.

한탄강에 댐을 세우지도 못하고, 토건세력이 그 기득권을 송두리째 잃어버릴지 모르는 대혼란과 대창조의 시기에 우리는 사법부의 마지막 정의 수호와 진실의 소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모든 규명은 끝이 났다. 더 새로울 것도 없다. 한탄강 댐은 거짓이며, 원천적으로 쓸모가 없다. 그리고 백성을 범죄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한탄강 댐이다.

지난 96, 99년 한탄강의 작은 댐(연천댐)이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5공의 군사정권이 만들어놓은 허술한 댐이 도도한 한탄강의 흐름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더 큰 댐을 쌓는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후임 재판장은 판결의 모두에 역사와 후손의 평가가 두려워 깊은 고뇌를 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우리는 ‘항상 진실은 고통을 당할지라도 소멸하지 않을 것’을 믿기에, 서울고등법원(사실심)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다. 한탄강은 철원, 포천, 연천 주민들에게는 생명의 강이요, 우리 민족에게는 역사의 강이요, 세계인에게는 평화의 강으로 남겨야 할 작지만 관상동맥과 같은 강이다. 우리는 기술관료와 토건세력이 어떤 행위를 하든 그것은 고스란히 이 나라의 위기로 변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일보 후퇴 이보 전진의 결의로 강원도 및 한탄강 살리기 시민연대와 합심하여 한탄강 댐을 백지화 시킬 것이며, 주민 여러분들의 사랑과 격려에 승리와 영광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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