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기
강원대 동물식품응용과학과 교수
지구상에는 눈에 보이는 생물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 서로 다른 종을 잡아 먹으며 살고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먹이사슬의 왕자가 되었지만, 항상 승리자가 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사람의 음식에 먼저 침범하거나, 우리 몸에 들어와서 그들의 먹거리의 대상으로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질병은 인간에게 걱정거리지만 공포의 대상은 못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출현할 때마다 인간은 공포에 떨곤하였다. 1970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즈나 최근 항생물질에 살아남는 슈퍼 박테리아, 1980년대초 식품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나 ‘0157:H7’ 대장균도 당시에는 공포의 질병이었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광우병도 새로운 유형의 질병으로 발생 원인, 인간에게 전염과정, 치료방법에 대해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가공식품을 보면 먹이사슬의 승리자로서 인간의 욕심이 가득 배어 있다. 진열대에 놓인 식품은 다른 미생물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수분함량을 줄이고 포장하거나 보존제를 넣어 인간만의 식량으로 확보해 두었기 때문이다. 과채나 육류, 생선식품이 들어 있는 냉장고는 화학적 변질을 막고 다른 미생물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애초부터 더 많은 양의 식량을 확보하려고 끊임없이 애를 써왔다. 작물에 농약이나 비료를 과잉으로 살포하거나,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유전자 조작식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광우병도 고기를 다량 생산하기 위해 추구하다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예외가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인간이 만든 과학의 부작용을 알고 동물복지, 친환경 농업, 유기농업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식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 불안감이 해소되지만,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는 100% 안전한 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느냐 여부는 자연과학적 영역에서 보면 심각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절대적이지는 못하나, 거의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안전과 안심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자 하는데 광우병과 관련하여 너무 불안해하고 있다. 불확실성 때문에 느끼는 대중심리의 표출인 듯하다. 넓은 눈으로 보면 인간 광우병의 위협이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류 안전을 위협하는 세계적 공통된 문제이다. 이제 순수한 국민의 의사를 정부에게 충분히 전달하였으니 마음을 진정시키고 과학적 해결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지금 세계 많은 곳에서 밤낮 과학자들은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려진 결과보다 더 완전에 가깝게 원인을 구명하고 예방,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인간 광우병 가능성 때문에 떨고 있다면 식품위생, 가축검역제도가 훨씬 잘 된 곳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도, 유럽인도 떨고 있을 것이다. 고기식품을 전공하는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식품의 안전과 국민의 안심 사이의 간격이 아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군중을 보면서 본질 문제와 거리가 먼 것까지 인간 광우병 염려증 탓으로 돌리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