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한 기

원주 태장동성당 주임신부
옛날에 흔히 탈북자라 불리던 이들이 현재는 새터민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동포로 북한을 탈출, 중국이나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들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도 분명 우리나라고 그곳에 살고 있는 이북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인 셈이다. 다만 북한 정권 아래 살고 있어 그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것뿐이다.

남과 북이 그간의 반목을 씻고 서로 화해하고 평화 통일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모두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필자는 천주교 원주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담당 신부로 지난해부터 일해 오면서 북한 지원 관련은 물론 새터민의 후원 사업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갖가지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이분들 뿐만은 아니겠지만 변화된 환경과 체제에서 적응하기가 어렵기는 이분들보다도 더 큰 분들도 없을 것이다. 결혼여성이민자들과 비교해 차이점이 있다면 새터민들은 언어상의 어려움은 없지만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 살아오다가 새로운 체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쟁을 해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극도의 가난과 기아상태에서 살다가 새로운 자유의 땅에서 적응해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며 북에 두고 온 부모 형제들의 아픔을 이기며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이나 노동자들은 돌아가야 할 가족들이 있고 자유 왕래, 친지 방문이 가능하지만 북에서 내려온 새터민들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고 신원이 알려질까봐 마음 졸이고 살아가고 있다.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에 입국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몰락 이후 동구권의 유학생들이 주류를 이루어 1989년까지 남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600 명이 겨우 넘는 607명에 불과, 2001년까지 1043명에 이르렀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불어 닥친 식량난과 체제 불안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는 매년 1000여명 이상의 탈북자가 입국하게 되었고 2006년에 2018명, 2007년에 2560명이 각각 들어와 2007년 말 현재 새터민은 1만2265명이 되었다. 금년에도 새터민이 3000여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NGO 활동가들은 2008년 현재 재중 탈북자의 규모를 최저 2만5000명에서 최고 4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들을 먼저 형제애로 따뜻이 맞이하고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사랑과 관심을 쏟고 지원하고 있다.

그 하나로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사회 정착 이전에 실시하는 새터민 가정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고 새터민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면 환영식을 베풀어줌은 물론 구정, 추석 명절 때나 성탄 때 잔치를 베풀어서 위로하고 선물 등을 나누어주고 있다.

그리고 생일이나 자녀들의 돌잔치를 베풀어주고 자녀들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취업 알선도 하고 각종 생활 상담, 자매결연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번 새터민 가정 체험 마무리 행사에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어려움을 눈물로 호소하던 한 새터민이 “짧은 1박 2일의 가정 체험에 감사하며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을 느꼈노라”고 감격 어린 술회를 하였을 때 참석자들 모두가 숙연해졌다.

떠나가는 버스에서 손을 흔들며 잠깐의 만남을 아쉬워하였던 그들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아직도 가슴에 깊이 새겨지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새터민을 위해서 사상과 이념을 떠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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