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 돈 민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가.

지방발전의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지방자치도 자치단체장 직선 이후만을 계산해도 10년이 넘었건만, 분권이나 분산 어느 것 한 가지 훤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대선 때보다도 높은 국민적 지지로 탄생한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광우병 촛불시위로 식물화 되고 있어 지방과 관련한 주요이슈들의 앞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최근에 열리는 분권· 분산이나 수도권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보면 상당수 반정부적이고 친야당적인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 새 정부 탄생 5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난 정부를, 공개석상에서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과 그 주변의 고위정책자들은 알고나 있을까?

전면자치 실시 이후 분권·분산은 항상 국정의 핵심이슈였다. 분권과 분산은 각각 국가의사결정구조 및 국가의 자원배분시스템에 대한 혁신적 개편을 의미한다. 지방발전과 연계하여 이 둘을 별개로 접근하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현실적으로 나눠질 수 있는 사안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오랜 중앙통치구조와 함께 불균형발전론을 기반으로 한 고도경제성장정책을 최근까지 추진해 온 나라이다. 그 동안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국가의사결정구조나 자원배분시스템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수도권 중심적으로 고착되었다.

한 해 도로건설에 들어가는 국비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투자된다. 한강수계 관리기금도 수도권에 투자되는 비용이 비수도권의 세배이다. 국가의사결정에 절대적인 국회의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선출된다. 하다못해 공공기관 승용차 운행홀짝제를 추진해도 대중교통시스템이 발달된 수도권 도시에 사는 공직자들보다 그렇지 못한 강원도 거주 공직자들의 고통강도가 훨씬 크다.

이러한 정치사회경제 전반을 구성하는 수도권 중심의 국가의사결정구조 및 자원배분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개혁 없이 분권정책이나 분산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강한 의지로써 분권, 분산정책을 폈지만 그 효과가 가시적이고 지속적일 것으로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권단절의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적 시스템의 개혁이 병행되지 못하였기 때문은 아닐까?

수도권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국방과 국토관리, 지방화/분권화, 세계화 등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있는 문제이다. 초기에 수도권정책의 문제는 당연히 국가적 과제였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이 문제는 점점 수도권과 비수도권 자치단체간의 갈등문제로 축소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지방발전과 수도권발전의 문제가 집단 간 협상과 조정의 문제거나, 집단이기주의에서 시발된 갈등문제로 매도될 수 있는가? 이는 명백히 정부의 직무방기에 해당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정관리시스템이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과 경제기획원의 폐지를 계기로 후퇴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후 큰 틀에서의 국가전략 없이 개별부처의 단편적 계획만이 양산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지방화와 민주화로 커지고 다양해진 지방과 시민의 요구, 세계화로 인하여 재편된 국제정세 속에서의 국가적 위상정립 요구 등 거센 국내외적 도전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힘이 약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세계적인 화석에너지 고갈과 고유가 사태, 기후환경변화의 진전, 주변강국의 부상과 북한과의 관계, 다문화사회 등 세계적 문명표준으로의 급격한 사회변동 등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있다. ‘선진한국’으로의 도약은 이러한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큰 틀에서 보고,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세워서 국민적 통합을 이뤄갈 수 있는 시대적 지도자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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