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 스님

사회복지법인 자비복지원 대표이사
7월 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60번째라고 한다.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이전의 이념적 구호를 외치던 집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21세기형 집회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그 집회의 주인공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참가한 주부에서부터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국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집회에 참가하게 만들었던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라는 가장 큰 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흔히 21세기는 지식정보화시대라고 한다.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이러한 정보화 시대를 단순한 권력이동(power shift)과 구별하여 권력의 이전이 아닌 권력 본질 자체의 변화(Powershift)라고 주장하였다.

현재 우리는 엘빈 토플러가 예견했듯이 지식정보화시대를 낳은 가장 중요한 정보매체인 인터넷이 정보의 민주화와 참여민주주의,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통해 똑똑히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일찍이 라인홀드 니부어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주저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도덕적인 사람도 자기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기 쉽다’고 밝혔듯이 순수하게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개인의 이타주의가 집단화되면서 비도덕적,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 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한미FTA타결과 이를 위한 선결조건의 하나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도 국가간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 안보강화라는 커다란 대의명분이 있지만 이 또한 니부어가 말한 국가적 이기심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나, 경제적 논리, 동일성만을 강조하는 종교적 논리를 가지고는 급변하는 21세기 세계사에서 우리 국민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또 진정한 국민통합은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존재의 속성이 공(空)하기 때문에 존재의 존재법칙은 연기(緣起)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현대 철학의 거장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말한 difference, 즉 차연(差延)은 상반적 양가성의 공존과 보충대리로 상호의존을 의미하며, 이는 남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로 <논어-자로편>을 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원효대사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이 있다. 이 두 사상의 근저에는 차이에 대한 자각과 관용을 통해 공존하는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이렇듯 나와 남, 집단과 집단, 정치권력과 국민, 종교와 종교의 관계가 차연으로 존재하는 것이 존재의 양식이라고 한다면, 이제 우리 국민은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를 교훈 삼아 지혜로운 사유와 도덕적 행동으로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밤에는 열대야와 낮에는 찜통더위와 씨름하며 지내야 하는 국민들에게 더욱이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겹친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장자>의 일독을 권하며, 시간이 없더라도 <장자>의 소요유편과 제물론편만이라도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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