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 제76호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
영월읍 하송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택가를 지나 나지막한 언덕에 이르면 하늘을 향해 큰 염원과 꿈을 펼치듯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웅장한 은행나무의 위용을 만날 수 있다. 수령 1200년으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영월 엄씨 시조 엄임의가 대성사라는 절터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절은 남아있지 않다. 천연기념물 제76호로 지정되어 있고 높이 36m, 둘레가 사방 18m에 이르는 동양 최고의 나무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마을에서는 어린 아이를 보호하고, 아이를 점지하고, 잡것을 쫓으며, 국가의 길흉을 예언 하였다하여 이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는 북쪽 가지가 부러지고, 8·15 광복 때는 동쪽 나뭇가지가 부러져 국가의 슬픔과 기쁨을 예언하였다 한다.

남쪽 언덕 아래로는 이 은행의 자손이라고 하는 은행나무 다섯 그루가 ‘하늘샘’을 호위하듯 둘러서 있다. 갈수기에도 수량이 줄거나 마르지 않는 찬 샘으로 하늘이 내린 샘이라하여 하늘샘이라 했다고 한다. 십수년 전만 해도 아낙들의 빨래터로 애용되었다고 하나 지금은 물이 많이 오염되고 갈조가 심하여 농업용수로만 쓰인다고 한다.

종합운동장을 만들기 위한 매립공사로 거의 잠식되어 가고 있어 마음이 아팠다.

주공아파트 쪽으로 200m 정도를 이동하면 아기장수와 용마 전설을 간직한 말 무덤이 인가 마당 안에 있다. 그 말 무덤 앞에는 수령을 알 수 없으나 갖은 세파에 시달려 뒤틀리고 구멍 난 노목의 모습이 있어 천년 은행나무의 젊음 생생함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신령한 천년의 나무는 저 만치 발치에 자라나는 후손들을 굽어보며 발밑 하늘샘 소리를 들으며 삶도 죽음도 초연한 무게로 그렇게 우리 아이들과 이웃들과 함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역사와 생활의 증인이 될 단단하고 고운 삶의 지표가 되어 영원히 노란빛으로 찬란히 빛나길 기원해 본다.

김선옥·영월국유림관리소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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