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돈 민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 염돈민

강원발전연구원 부원장
독도와 관련하여 연일 외교 관련부서가 두드려 맞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뭇매를 맞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엄연한 내 소유의 땅을 옆집에서 사기 쳐 빼앗을 것이라고 어느 누가 생각할 것인가? 간혹 현실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사건이지만 ‘소유권 절대의 원칙’이 살아있는 우리나라의 법질서 속에 눈 뜨고 땅 잃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요즘 독도와 관련하여 해외일각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보면 뻔히 눈뜨고 땅 잃는 일이 국제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 힘없고 어수룩하면 당하는 것이 국제현실이다. 팔레스타인을 보라. 멀쩡히 점유하여 2천년이나 살고 있던 땅에서조차 쫓겨나지 않았던가. 국제정치란 원칙과 규범이 통하는 질서 잡힌 체제가 아니라 철저히 국가 간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냉혹한 전쟁터이다.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생떼’를 보자니 20년 전 태국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들떠있던 당시 국토연구원 일로 태국주택공사에 출장 갔을 때이다. 공사 사무실에서 일본 파견관 1명과 건설성 토지정책과장이 이끄는 일단의 투자조사단 일행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공사 관계자 말로 파견관은 (소속은 어디였던지 기억나지 않는다) 2년 전부터 공사에 체재하면서 방콕 일대의 투자 유망지를 물색하고 있단다. 그 관계자는 파견관이 그 동안 일본에 보낸 토지관계 문서만 해도 두 캐비닛은 넘을 것이라고 자조적 하소연을 했다. 토지정책과장과 투자단(주로 일본 굴지의 건설사 대표들로 구성)도 이미 태국에 온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중앙부처의 주무정책과장이 한 달씩이나 업자들과 함께 해외에 체류하는 일이 가능할까? 땅 한 필지를 사고, 해외에 민간이 투자하는 것에 정부와 관련업계 공동으로 이렇듯 철저히 조사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일본 사람들은, 더욱이 일본정부는 어떤 정책적 결정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쉽게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한번 두드린 돌다리도 두 번, 세 번 점검한 이후에라야 움직인다.

독도문제를 보면서 답답한 것은 이러한 일본 사람들의 습성을 잘 알기에, 저렇게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총체적인 측면에서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반증 아닌가해서이다. 일본이 한일합방 모략을 앞두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통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고, 영일동맹 및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서구의 간여까지 사전 배제하였던 역사적 사례를 떠올리면 더욱 우울해진다. 대한민국 정부 사상 처음으로 총리가 독도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관광지 개발도 하겠단다. 과연 이러한 감성적 대응만을 가지고 ‘독도는 우리 땅’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할 수 있을까? 물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신속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대응은 냉철하고도 주도면밀한 장기적 국가전략 하에 계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정치란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아무리 ‘소유권 절대의 원칙’을 부르짖어도 이것이 국제적으로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년 전 시마네현 등 일본 지방정부가 독도문제를 일으켰을 때 한 외국인이 신문기고에서 우리에게 독도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학창시절에 동해를 ‘일본해’로 배워 온 외국 젊은이들이 국제영토분쟁 심사의 주무담당자가 되었을 때 과연 독도를 누구 영토로 생각하게 될 것인가?”

아무쪼록 표면상으로는 외교전략 상 언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내적으로는 철저히 준비된 외치전략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세계만방에 각인시키는 물밑작업이 진행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