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진 석

원주지방환경청장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 최대의 자연자원 보유, 동해안 석호 등 강원도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환경문제와 분리하여 따로 생각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 특히 강원도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자연자원 중 석호는 환경적 가치는 물론이고, 담수호보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부영양호로서 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기수호’라는 특성 때문에 학술적, 생태적, 문화적, 경제적으로도 다양한 활용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일한 자연자산 가운데 하나인 동해안의 석호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약 4000년 전에 형성된 석호는 국내에서는 강원도에만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동해안을 따라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등 4개 시·군에 18개가 있다.

석호는 다양한 수중생물들이 서식하면서 철새들이 즐겨찾는 자연의 보고로서 최남단 경포호를 비롯해 매호, 영랑호와 청초호, 송지호와 화진포호 등은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며 특히 매호 바로 옆에는 왜가리와 백로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의 보금자리가 있어 환경적, 관광적 가치 또한 우수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담수량이 많고 원형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는 석호는 고성의 화진포호, 송지호, 광포호, 속초의 영랑호, 양양의 매호, 강릉의 향호, 경포호 등 7개에 불과하며 고성의 봉포호 등 나머지 11개 석호는 인위적인 매립과 인근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내륙 습지화됐거나 일부는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육지화가 진행됐으며 오염상태 역시 심각하다.

특히 석호 유역의 농경지에서 하천과 빗물을 타고 유입되는 인(T-P)은 호수의 부영양화를 가속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이 순환되지 않는 점도 석호를 파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석호는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서 담수의 유입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물길이 터져 해수와 담수의 이동이 원활한 소위 ‘개터짐’ 현상이 발생했으나 최근에 와서는 이마저도 용이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석호는 상류 지역에서의 오염물질 유입 가속화와 하류에서의 막힘 현상으로 자연정화 기능을 잃은 채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반 만년 역사의 석호를 방치하면서 자연의 보고를 썩어가는 죽음의 호수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속초시는 영랑호를 살리기 위해 수질개선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대적인 사업을 벌였다.

환경부 역시 석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석호보전사업을 물환경기본계획에 포함하였으며 석호의 생태적 가치를 규명하고 보전 가치가 우수한 석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해안 석호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했다.

궁극적 목표는 원형을 보전하면서 기수호의 특성을 살려 담수, 해양, 기수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수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동해안 석호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 및 홍보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석호는 기수호의 생태계적 특성을 유지하며 긴 세월을 견디어 왔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제 존립마저 위협받으며 전국적인 문제로 부각되었지만 결국 구체적으로 환경대책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지역단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가 하나의 생태학적인 단위가 되어 환경대책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였을 때 건강한 자연 생태계는 되살아 날것이며 석호 역시 우리 품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차원의 대책마련과 강한 추진의지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밝은 환경에 대한 열망과 바람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석호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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