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 선 호

북강원 회양·온타리오주 공군전우회장
지난 89년 여름 금강산을 처음 가보았다. 당시 평양축전이 열린 때로 근 20년 전의 일이다.

평양에서 신평을 지나 원산으로 갔다. 송도원호텔에서 잠시 쉬고 안변평야와 시중호를 거쳐 금강산에 도착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군데군데 검문소를 거쳤다. 말이 검문소지 동승한 안내원이 여행허가증을 보이면 그대로 통과시켰다. 당시는 주민들 얼굴빛도, 사회분위기도 따뜻했다. 10년 뒤인 지난 99년, 다시 금강산을 찾았을 때는 상황이 퍽 달라져 있었다. 우선 거리 느낌이 살벌했고 검문소도 부쩍 늘어나 있었다. 북한 정부수립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던 96, 97년도가 얼마 안 지난 때라 사회불안 등을 더욱 조심해서 그런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시 김정일 정권으로선 북한 경제가 극도로 피폐돼 있으니 혹시 어수선한 틈을 탄 외부침투 등을 미연에 방지키 위함으로 풀이된다. 안내원 말로도 검문체제가 한층 강화돼 있다고 했다. 금강산 주변 검문소도 예전 4개에서 20개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강산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던 날 호텔 출발시간을 ‘새벽 4시’로 정하자고 안내원에게 부탁했다. 귀환도중 시중호의 일출(日出)을 보기 위함이었다. 안내원과 운전기사는 탐탁해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잠도 잘 못자고 아침도 제대로 못 먹게 되니 좋아할 리가 없다. 그들을 겨우 설득시켜 호텔을 나온 것이 새벽 4시20분경. 곧장 시중호로 향했다. 그런데 떠난 지 몇 분 안 돼 갑자기 못 보던 초소가 나타나며 군 경비병이 차를 세웠다. 경비병은 운전기사와 안내원 신분증, 여행허가 서류를 세밀히 검사했다. 들여다보고 또 보고도 좀처럼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무척 고압적인 자세였다. “뭐요?” 하는 그의 날카로운 말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깼다.

새벽 일찍 운행하는 승용차를 보니 의심이 갔는가 보다. 사실 보초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속으로 놀랐다. 상대는 중앙에서 내려온 평양 당 간부급인데도 꼼짝없이 당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참 만에 풀려나서 시중호로 달려갔을 땐 이미 늦었다. 솟는 해를 기대하긴 시간이 너무 지나버린 것이다.

북 관계자에 따르면 금강산을 중심으로 강원도지역은 군사분계선에 가까워 항상 긴장에 싸여 있다고 강조한다. 90년대 금강산을 다녀온 한 미주동포 목사는 금강산 한쪽 굴속엔 비행기 격납고가 있다는 말을 안내원으로부터 분명 들었다고 주장한다.

어쨌거나 한국 관광객들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금강산을 남쪽 유원지처럼 쉽게 생각하면 결코 안 된다. 금강산 주변이 요새(要塞)화 돼있고 아직 정전협정 하에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평화협정이 안된 상황에서 금강산에서 개인행동을 할 경우는 반드시 관광증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물론 주눅들을 필요도 없지만 요란스레 웃고 떠들어대는 일부 관광객에 대한 그들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한번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북한주민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을 구경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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