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재 원

화천군의회 의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61년 5·16군사 쿠데타로 폐지됐다가 지난 91년 6월 재도입됐다.

당시 기초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하면서 회기 수당과 의정활동비만 받았다.

그러나 정당공천제가 채택되고, 전문성 제고와 자율성 향상 등을 위해 2006년 1월부터 의원 유급제가 도입됐다. 정부에서는 당시 지방의원 보수를 부단체장 수준으로 맞추고 결정은 심의위원회 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한 것을 주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07년도에 7급 공무원 수준으로 의정비가 결정되었으나 과다인상이라는 여론과 교부세 불이익 엄포 등으로 행자부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졌다. 자립도가 낮은 의회 의정비가 아직까지도 부단체장 보수수준까지는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행안부에서 주민수와 재정력 지수를 고려하여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대폭 삭감하겠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조례제정권, 예산심의권, 지방행정기관 감시, 비판, 견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자질부족, 전문성부족, 집행부와의 유착, 일당독주 등 자주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방생활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인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해가 바로 그 원인 제공임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정과 비례대표 나눠먹기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표를 던졌고 다른 사람이 대신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상식이 실종된 현 지방의회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많은 수의 지방의원들은 주어진 회기일수 이외에 비회기 때에도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들과 간담회, 애로·건의사항 등 의정자료를 수집하는 시간으로 왕성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방문하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하여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의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의정활동 평가를 너무 단적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며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제정, 의원발의 입법안에 집행부의 미온적인 접근 등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의원들은 집행부의 요구안을 쉽게 원안 가결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의회심의도 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선 집행 후 의결’로 마찰을 빚고 있다.

인구수가 많은 도시지역 의회는 재정력이 높고 의원수도 많아 상임위원회 운영으로 업무량이 적을 것이지만 농촌지역의 경우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넓고 재정력도 낮은 것은 물론 의원수도 최소 정족수다.

상임위원회를 둘 수 없어 모든 의원들이 전 부서 관장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과 방만한 예산을 집행하는 집행부를 더욱 세밀하게 감시, 견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제는 의회직원들의 인사권 독립과 집행부 감사 기능 등의 의회 이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에서는 지방의원을 국회의원 수준의 영광스러운 자리로 인식하기도 하며, 의정비가 수준 높은 인재들의 지방의회로 진출하는 동인(動因)으로 작용되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지역의 뛰어난 생활 정치 감각을 지닌 인물들이 지방의원에서 자치단체장으로 선회되어야 하며 지방자치제 본질이 훼손되지 않게 지자체 자율에 맡겨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서 행안부가 좌지우지하는 형국은 바람직스럽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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