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5시.

기차를 가다리며 남춘천역 앞 비오는 바깥 경치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무덥고 습한 여름이 언제였던가 싶게 으슬으슬 약간 한기가 오는 비오는 오후였다.

조용한 남춘천역 앞 한산한 광경들. 그때 문득 여자 한 분이 역 옆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서 커피 3잔을 쟁반에 들고 우산을 쓰고 나온다.

천천히 비를 뚫고 커피가 도달한 곳은 여름에는 옥수수를, 겨울에는 군밤을 파는 할머니 삼총사 앞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는 추위에 비오고 장사도 잘 안 되는 할머니들의 손에 들려졌다.

잠깐 목례를 주고받으며 조용히 인사를 마친 여자는 조용히 자기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할머니들은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으며 조금씩 커피를 마신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표정이 밝아진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따뜻한 이야기인가 보다. 이제는 웃는다. 마음이 다 녹았나 보다. 또 다시 역 앞은 손님 없는 택시들로 한산하다. 그러나 커피를 마신 삼총사와 그것을 지켜본 나의 마음에는 따뜻함이 남아있다.

거의 매일 보았던 할머니들이었는데, 오늘은 특별해 보인다. 특별히 아름다운 사람들로 보인다.

춘천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이 사는가 보다.

조삼열·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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