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석

▲ 김 명 섭

한림성심대 교수
지난 8월 8일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 동안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인 2008 베이징 올림픽(Beijing Olympic) 현장은 2012 런던 올림픽(London Olympic)을 기약하면서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역대 최대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고, 폐막식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최다 득표로 8년 임기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뽑힌 문대성위원이 폐막식 무대에 출연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이제는 한 걸음 물러나 성숙한 마음으로 올림픽의 정신과 이념을 되새겨 볼 때다.

올림픽 강령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이며 올림픽 선서는 ‘모든 선수들의 이름으로, 우리 팀의 명예와 스포츠의 영광을 위하여, 진정한 스포츠맨십에 입각하여 규칙을 준수하며 경기에 임할 것을 선서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올림픽경기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은 올림픽 선서를 하고 경기에 임하게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지 못한 몇몇 선수나 코칭 스태프들이 있었다. 선수가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심지어 심판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회 운영도 큰 문제다. 잘못된 판정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뒤늦게 판정을 번복해 장내를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 등은 전세계 올림픽 관중들을 씁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남자유도 60kg급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최민호 선수에게 져 은메달리스트가 된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 선수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최민호 선수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성숙한 올림픽 정신을 가진 전 세계의 파이셔가 진정 보고 싶고, 심판의 판정을 인정하는 선수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고 싶다.

그리고 전세계 관중과 시청자들도 코칭 스태프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메달 권 밖에 가려진 선수들의 허탈감을 위로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

언론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비인기 종목이었던 핸드볼이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해 개봉된 올림픽 핸드볼을 주제로 한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효과였다.

비인기 종목에서 선수들이 승승장구하는 멋진 모습을 언론에서 다뤄준다면, 선수들은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여자핸드볼 팀의 평균나이는 33.7세라고 하는데 그 뛰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우리 언론의 우생순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감동적인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었다. 아나운서나 해설자들이 경기의 흐름을 끊는 섣부른 판단을 한다거나 중계방송이 너무 시끄러워 소음으로 들리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감정에 치우쳐 반말을 하거나 경기내용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스포츠 강국이고 스포츠를 즐기는 시각도 높아졌다. 그러나 유독 스포츠 해설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시청자들은 스포츠 전문가의 맛깔난 해설을 통해 스포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해설자 연수프로그램 등과 같은 전문 해설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는 올림픽위원회, 출전선수, 관객, 언론 등 올림픽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모두 성숙한 올림픽 정신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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