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영 화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고유가 시대를 맞으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신문 방송에서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사용량은 최대치를 갱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다른 물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는 전기요금 문제, 절전 의식의 둔화나 전기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세태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기의 존재가 워낙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

필자는 놀랄 수준의 고유가 시대에 전기사용량 폭주를 보면서 에너지 문제, 특히 원자력의 존재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동안 소비자물가 상승 (1982∼2006년간 178%)에 비하여 매우 낮은 전기요금 상승(9.4%)이 원자력에 의한 발전단가 축소의 덕분이라는 발전 관계자들의 설명만이 아니더라도 원자력이 가장 경제적인 발전 수단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력 이용에서는 높은 경제성과 함께 방사능 누출에 관련한 안정성 문제가 족쇄처럼 따라 다닌다. 따라서 ‘원자력 이용이 에너지의 경제적 활용과 안정성의 확보’라는 소위 두 마리 토끼를 두고, 다 잡을 수 있다, 없다의 주장이 오랫 동안 대치해 왔다.

주목할 일은 두 주장의 첨예한 대치 와중에도 원자력 발전의 규모는 크게 증가해 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439기의 원전이 운전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만도 한국이 20기, 일본 55기, 인도 17기, 중국 11기가 운전되고 있다. 향후 아시아권에서의 51기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117기가 더 건설될 예정이라고 하며, 더욱이 작금의 에너지 위기는 세계 각국에서 원전 건설에 더 박차를 가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석유에너지 이용에 제약을 받는 세계 각국이 원자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에서 원자력발전이 전기를 싸게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일 뿐 아니라 방사능 관련사고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다.

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자력을 숙명적으로 이용되어야할 에너지원으로 생각한다. 사실 원자력은 태양열과 함께, 인간이 지구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태초부터 신이 인간을 덥히기 위하여 준비된 가장 큰 두 에너지 중의 하나이다. 덕분에 지구는 달처럼 완전히 냉각되어 생명력을 잃은 천체의 신세를 면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었다.

지각하지 못했지만 혜택을 보고 있던 비장의 에너지 자원이 이제 인간의 본격적 활용영역으로 넘어 온 셈이다. 길지 않은 그 역사 속에서 이미 그 영향력만은 매우 커 버렸다. 이는 이 시점에서 만약 원자력에너지의 활용 중지를 가정할 때, 예상되는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충격에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영향은 향후 화석에너지가 고갈될수록 당연히 더 커질 것이다.

이제 원자력은 개인적인 호, 불호를 떠나, 현실적인 대안 또는 적극 활용의 대상으로 확실히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이는 원자력이 가진 높은 경제성과 범세계적인 저탄소압박에 근거한 주장이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 축적으로 유일한 문제점인 안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원자력 관련기술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원자력이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갓 넘어 온 존재이니만큼 부적절한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의 방지를 위한 만전의 준비와 관리는 우리의 과제이다. 진정 우리의 관심은 이러한 부분에 더 두어져야 할 것이며 우리를 기회의 땅으로 안내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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