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한가위 ‘옛말’

▲ 유금숙

강릉시 입암동
며칠 전 창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서다가 문득 뉴스를 전하고 있는 텔레비전 속 앵커의 낯익은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와 멈춰섰다.

“늦여름 장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추석 제수 장만에 부담이 커질 것 같다”는 보도이다.

명절이 가까워오면 늘 반복되는 일이라 이제는 좀 무뎌질 만도 한데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는 건 직접 제수장만을 해야 하는 주부이기 때문이리라.

맏며느리인 나는 십여년 전 시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사전지식이 전혀 없이 곧장 제사를 지내는 일을 해야 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보면서 꼼꼼히 준비한 탓에 첫 제사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때 손아래 동서는 제수 장만에 보태라고 내게 10만원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십여 년 전엔 내가 준비한 돈에 그 돈을 보태면 제수장만을 넉넉히 하고도 돈이 남았다. 말하자면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물론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그때에 비해 두 배쯤의 돈을 들여 제수장만을 하지만 물가가 계속 오르다보니 십여 년 전에 비교하면 제사 상차림은 내가 봐도 정말 소박해졌다.

뉴스엔 올해 제수 장만에 18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18만원으론 아무리 알뜰살뜰 계획을 짜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주부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게다가 모처럼 가족 친지들이 모여 먹어야 할 식비는 아예 계산에서 배제된 것이고 보면 즐거워야 할 명절이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현실이다.

물가동향을 보면 돼지고기가 50%, 밀가루는 무려 90%가 인상되었다고 한다. 두부도 대폭 인상되었고 우유, 과자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천 원 한 장으로는 살 게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저기서 푸념이다. 더욱이 올해는 예년에 비해 추석이 빨리 찾아온 탓에 과일이 채 수확이 되지 않아 특히 과일값이 비쌀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마냥 설레며 기다리던 한가위가 어른이 되면서 왜 기피하고 싶은 명절이 되어 버렸는지 안타깝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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