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퇴계동 우성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경춘 복선전철화 시내구간 지중화 요구운동이 시민단체 합세로 힘을 얻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 언론에 언급된 바와 같이 이 문제는 지중화냐 고가화냐의 문제보다는 철거 이전 요구가 더 생산적 주민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애초 소음공해와 시가지 양분화 및 인접 아파트 집값하락을 우려한 소박한 이해관계가 요구 동인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설사 요구가 관철된다해도 작은 민원은 해소될 지 몰라도 내세우는 큰 명분 해결에는 실익이 별반 없어보이고 쏟아붓는 비용이 너무 크다.

춘천역의 경우 더 뻗어나갈 곳 조차 없는 외진 곳에 있는데다, 인근 주거·유동인구가 너무 적을 뿐아니라 미군부대가 한가운데 들어앉아 3㎞를 돌아가는 등 교통이 열악해서 하루 이용객이 기백여명도 채 안되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미군부대의 군용 필요성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다.

남춘천역은 또 어떤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장이 없는 도심 기차역인데다 종점아닌 종점으로 1일 수천명이 이용하는 곳임에도 낡고 비좁은 역사는 차치하고 주차장조차 없어 무단 주·정차로 교통흐름이 뒤엉키는 실정이다.

또 무단횡단으로 건너서 기다리는 택시승강장의 지루한 기다림은 한마디로 관광춘천의 인상을 헝클어 놓는다. 여기에 복선전철화되어 1일 수만명의 수도권 출퇴근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상황을 상정해보라. 춘천역까지 이어지지 않는 반쪽짜리 지중화 공사로는 토막난 기형적 시가지는 그대로인채 도심의 기형적 확장만 심화시키는 우를 초래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신남역이나 우시장 터가 교통여건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나, 도심의 두 개 역이 철거이전될 경우 사통팔달의 시원한 도로 개설로 인해 형성될 방사선형의 시가지 형성은 교통 동선의 효율적 단축과 흐름을 가져옴은 물론, 생활공간의 유기적 구심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그 때도 지금의 '변두리' 신남이나 우시장이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가지의 균형적 확장과 도시계획의 정상적인 밑그림이 융통성있게 그려질 뿐 아니라 미군부대의 자연스런 이전 유도도 가능할 것이다.

익히 지적된 바와같이 동서(경춘)·중앙고속도로와의 연계성 뿐 아니라 춘천·속초간 철도개설시에도 경제·지리적 이점이 제일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수부도시 춘천과 강원지역의 제대로 된 발전전략을 구상한다면, 시당국과 지역시민사회 단체는 해당지역 주민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의논을 모으고 백가지 유관 사안을 원려숙고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중화 공사를 해야 할 것이었으면 수십억 들인 남춘천 과선교는 왜 만들었는가 하는가, 꼭 지중화여야 하는가의 합리적 의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선 전철화가 어디 한 두해 얘기된 일이었는가? 이제는 피같은 세금이 임자없는 나룻배의 새는 바가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젓는 젓대가 돼야 한다.

이미 나온 답을 두고 우리의 역량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이러다 나라살림 뒤옹박 찬 서생원 꼴 날까 걱정된다.


이준연<춘천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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