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의 관동대 교수
고대올림픽의 본래 취지는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었다. 국왕은 대회를 열기 3개월 전에 휴전을 선포하고 나라 안의 어떤 논쟁이나 충돌도 금지됐고 사형도 보류해야만 했다. 그렇게 좋은 뜻을 갖던 올림픽 경기는 393년 제293회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이듬해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정한 로마 제국의 테오도시우스 대제의 ‘이교 금지령’에 따라 중단된 것이다. 그 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남작은 1894년 올림픽의 부활을 제안했고 이제는 지구촌 큰 잔치로 자리 잡아 ‘평화와 화합’의 기본 이념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여름 한반도는 풍성했다. 북경 올림픽에서 남북이 금 15, 은 11, 동 11 총 37개의 메달을 따냈다. 통일만 됐다면, 호주를 제치고 참가국 중 당당히 6위를 차지한다. 체육대회란 본디 승자의 기록이 중심이겠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패자의 활약도 돋보인 각본 없는 감동의 무대였다. 부상투혼을 보여준 역도의 이배영, 기관지 파열이 될 때까지 혈투를 벌인 권투의 백종섭, 마지막 1분에 ‘우생순’ 아줌마들을 배려한 송구(送球) 감독 임영철, 유도의 계순희를 응원한 한민족 모두 한편의 영화였다.

올림픽 열광 뒤편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푸틴 총리가 웃으며 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던 날 러시아는 그루지아를 공격했다. 그는 전쟁영화 감독까지 겸했다.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티벳 학살을 자행하면서까지 중국은 상업주의 올림픽을 강행하고 ‘짝퉁’ 국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어도’를 중국 땅이라고 우기면서 조용해야할 양궁경기에서는 야만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가 박수치고 있을 때, 지구촌 곳곳에는 국경, 종교, 자원, 문화, 환경 등의 문제로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편파판정 시비와 1등 지상주의는 황석영 소설 ‘아우를 위하여’에 나오는 ‘영래’와 이문열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의 인물인 ‘엄석대’를 연상케 한다. 야구 결승전에서 푸에트리코 심판이 9회 말 강민호를 퇴장시킨 사건과 스웨덴 레슬링 선수의 동메달 거부 사건 등은 올림픽을 얼룩지게 했다. 또한, 중국 심판들의 ‘자국 편들기’ 노력에 편승한 종합 1위 달성은 오히려 중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올림픽 은메달 10개가 금메달 1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한, 쓸데없는 우상 만들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8개 종목에 총 302개의 금메달을 내걸었는데, 육상에 47개, 수영에 46개의 메달이 집중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메달 텃밭이 이 같은 종목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 덕에 미국의 수영선수 펠프스는 북경에서 8관왕이 됐다. 만일 그가 아프가니스탄에 귀화한다면, 강대국의 동네북이던 이 나라는 단숨에 10위에 오를 것이다. 거꾸로 우리가 강대국이라면 양궁도‘거리와 자세’를 세분화하여 40개 정도의 금메달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귀족놀음이 돼버린 IOC 위원들의 부정부패도 도를 지나친다는 지적이 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권을 움켜쥐고 있는 그들에게 모두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에 그들은 더 기고만장이다.

이제 그 화려한 잔치는 끝이 났다. 반 토막 난 중국펀드에 대한 미련을 뒤로 하듯,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다. 선수들도 초심으로 돌아가 돈과 명예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아름다운 도전’을 다시 준비할 때다. 국가도 3수(三修)중인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올림픽 유치 관련하여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는 지역 차별없이 균형 있게 발전되어야 하는 원칙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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