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춘

동해교육장
급변하는 다원화 사회를 맞아 여러 분야에서 혼돈과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구조와 현상의 변화에 따라 찬·반의 시각이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민주화의 바람과 함께 불신의 경향도 점차 짙어진 것 같다. 신뢰 부족에 의한 대립의 양상은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반드시 치유되어야 할 병이다.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믿고 기다려 주지 않는 조급함과 정신적 빈곤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일 것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나라를 경영함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자공(子貢)의 질문에 식량을 비축하고, 군비를 충실히 하고,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이지만 그 셋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들이 신뢰하고 따르게 하는 일이라 하였다. 신뢰 없이 가정, 사회, 국가를 이끌어갈 수 없다는 평범한 논리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용어는 바로 ‘신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나 정책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곧 자신의 가치를 먼저 믿는 자기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생은 생각의 소산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타인의 인생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상호간의 긍정적인 신뢰를 가지면 사회의 제 현상도 바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실천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한 피라미드가 형성될 때 가능한 일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은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정의 사회 구현과 국가 경쟁력을 기르는 주춧돌이 된다. 참된 자아의 발견과 긍정적인 사고를 통한 자아실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불신, 불만과 피해의식이 도를 넘은 것 같다.

교육분야에서 공교육의 위기나 교실붕괴와 같은 괴담이설(怪談異說)은 교육 주체와 객체간의 불신과 학교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교육의 효율성 저하 및 학습자 수준의 하향 평준화, 교육력 약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교육정책이나 방향에 대한 불신과 주객의 혼동에 따른 반대보다는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교육백년지대계를 믿는 것이 교육력 증진에 도움 주는 일이다.

또한 정치적 측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가 강원도 고성에 국회연수원을 건립하기로 공식 통보해 놓고도 얼마 전 공식 결정을 뒤엎음으로써 국회가 본연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강원도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민이 정부나 정치권을 과도하게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책의 모호성이나 일관성 결여 등의 요인도 있지만 과도한 개인주의적 성향과 군중심리에 의한 원인도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에 ‘불신’을 ‘박수’로 바꾼 사례는 바로 기다림의 미덕이었다. 취임초 65%의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졌지만 개혁의 뚝심을 발휘하여 ‘노동시간 개혁’에 대해 52%의 국민이 계속 밀고 나가라는 응답은 대통령에게 힘을 더해준 예이다.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를 믿고 기다린 국민들의 승리로서 ‘드골’이래 가장 중요한 지도자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립과 갈등에 의한 Zero-Sum 게임보다는 신뢰·기다림·격려의 3박자로 Win-Win 게임을 해야 할 때이다. 좋은 생각은 좋은 결과를 낳는다. 신뢰를 주면 얻는 기쁨이 있고, 신뢰를 얻기 전에 그에 준하는 행위가 전제 되어야 한다. 우리국민 모두가 교육 분석가이고 정치평론가라고 누군가가 일컬었다. 아마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자성어를 생각하며 신뢰가 넘쳐 흐르는 문화를 가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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