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를 기다리는 직장이 있고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춘천 학곡리 알파광고사에 근무하는 梁銀錫씨(30·춘천시 후평2동)는 비교적 중증에 속하는 정신지체 2급의 장애인이다.

약간 어눌한 말투에 유난히 수줍음을 타는 듯한 촌스러운 미소를 빼면 일반인과 전혀 구별이 안가지만 몇마디 말을 주고 받다보면 梁씨의 특별함은 금새 이해가 간다.

“은석씨 형제가 많아요?”

“없어요”

“형이나 누나 없어요”

“누나 3명하고 동생있어요”

하지만 梁씨와 일반인들의 차이는 이 정도가 전부.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서 梁씨가 하는 일은 광고판의 숫자 조립과 포장작업. 지능이 약간 낮기는 하지만 혼자 버스도 탈 수 있고 퇴근후에는 PC방을 찾아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梁씨에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

너무 복잡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는 일이면 손동작과 눈썰미가 빨라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작업능률이 높다는게 알파광고사 金요섭 대표의 설명.

이제 매달 60만원 이상의 수입이 있는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춘천 동원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도자기공장과 인형공장에도 다녔지만 주변의 이해부족으로 적응을 못했다. 애써 번 돈도 梁씨의 순진함을 악용한 친구들 탓에 유흥비로 모두 날려버린적도 잦았다.

결국 집에 돌아와 지내다 알게 된 곳이 도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이곳에서의 교육을 거쳐 알파광고사의 어엿한 직원이 됐다. 梁씨는 요즘 빨리 기술을 배워 자신의 가게를 내는 부푼 꿈을 안고 있다.

梁씨가 일하는 알파광고사는 전 직원 13명 가운데 8명이 장애인. 대부분 농아지만 작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가족같은 분위기로 능률을 올리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신체 어느 한곳의 불편함 때문에 빼앗기지 않는 사회’, 이것이 梁씨의 소박한 소망이다.



趙眞鎬 odysse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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