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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주재 취재부장
올 추석 양구는 과일시장에 새로운 농업경제지도를 그려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양구산 과일로 찾아볼 수 없었던 사과를 올 추석을 맞아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자연중심’ 상품으로 전국 시장에 본격 출하, 높은 당도와 특유의 아삭한 맛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양구사과’는 파로호 인접의 군량리를 비롯해 남면 심포리, 해안면 등지에서 추석연휴 전 20t을 생산한데 이어 10월말까지 80t 등 모두 100t을 출하할 예정이다.

양구에서 사과 생산이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 그동안 사과의 주산지는 대구 일대였으나 충주를 거쳐 최근 영월, 평창에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양구에서도 ‘질좋은 사과’가 올부터 본격 생산돼 과일시장에 판도를 뒤바꿔 놓고 있다. 사과생산의 북방한계선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올 농산물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 양구산 과일은 또 있다. 공주 등 충남지역에서 주로 재배해 오던 멜론이 3년여의 시험재배끝에 이달 초부터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다. 당도 등 상품성면에서 주생산지 멜론과 차이가 없고 오히려 30% 이상 높은 가격에 경매가 이뤄져 새로운 농가 소득작물의 기회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 경제지도가 바뀌고 있다.

생태계가 이를 거짓없이 증명해 보이고 있다. ‘사과하면 대구’라는 종전의 인식을, 올 추석을 계기로 본격 상품 출하된 ‘양구사과’가 뒤집어 놓은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온은 지난 100년간 1.5도 상승했다. 같은기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률 0.74도에 두배로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음을 데이터는 보여주고 있다. 기상청은 한술 더 떠 ‘2090년이면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가 변하면 산업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양구, 강원도의 농업을 비롯한 각 산업분야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서해안에서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를 쉽게 볼 수 있는 기후 변화의 시대. 생태계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산업구조적 재편에 능동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연구는 부족이고 변변한 논문, 보고서 하나는 어디서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양구사과는 지난해 불과 38t 생산에서 올해 100t을 예상, 내년에는 과채류 농가의 사과재배 전환이 크게 늘 전망이다. 없었던 과일의 재배도 놀랄 일이지만 급격한 생산량 증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열대 기후의 변화는 재배작물의 확대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시작임에 분명하다. 기후변화 자체를 새로운 산업의 영역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인 관심의 지혜는 강원도 농작물 경제지도를 크게 변화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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