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춘

강릉체신청 우편물류팀장
사회안전망은 미래에 생기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사회안전망은 넓은 의미로 노령, 질병, 실업, 산업재해, 빈곤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장치로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및 산재보험 등이 있다.

2026년경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사회안전망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적 장치로 다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집배원이 많은 부분 해내고 있다. 집배원 본연의 임무는 우편물 배달이지만, 요즘엔 민원도우미, 민원해결사, 생활 파수꾼 노릇을 할 때가 많다.

우편물 배달 중 화재가 난 것을 보면 신속히 신고하여 초기 진압을 하도록 하는가 하면 직접 불을 끄기도 한다. 금년에 강원체신청 소속 집배원의 신속한 신고 및 직접진화로 대형화재를 예방한 것이 4회나 된다. 집배 중 수표와 현금이 든 돈 봉투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었는가 하면, 현금이 든 저금통을 훔쳐 나오던 절도범을 몸싸움 끝에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적도 있다. 연탄장수가 그냥 도로에 놓고 간 연탄 1000여 장을 200여 미터나 떨어진 홀로 사는 노인 부부 댁에 날라준 집배원도 있다. 이 사실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던 아들이 고향의 부모님으로부터 사연을 전해 듣고 인터넷에 게시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여름 호우 때는 철원우체국 김남수 집배원이 농수로의 진흙구덩이에 빠져 사경을 헤매던 어린이 셋을 구하기도 했다.

업무수행 중 이러한 역할을 대부분의 집배원은 당연히 해야 하는 도리로 여긴다. 따라서 선행 사례는 주로 주위에서 알려 세상에 드러난다. 이러다보니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미담이 더 많다. 지난해에는 연인원 2300여명이 화재신고, 환경정화활동, 독거노인 위문,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 바 있다. 금년에도 상반기까지 이미 연인원 1200여명이 봉사활동에 참가하였다. 봉사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강원체신청은 총괄국마다 봉사단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봉사단원은 727명이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서 그늘진 곳에 빛을 주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만큼 우리사회는 보다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집배환경은 날로 나빠지고 있다. 아파트출입문에 보안시스템이 설치되어 드나들기가 쉽지 않다. 시골 구석구석에 있는 별장이나 외딴집에 편지 1통, 소포 1개를 배달하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편물통계를 보면 일반우편물은 이메일, 휴대전화 등 대체재의 발달로 감소추세이나 등기우편물은 복잡해지는 사회세태를 반영하듯 증가하고 있다. 등기우편물은 수취인을 직접만나 배달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잘못 배달시 송사에 얽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 선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이 남다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은 무엇을 바라고 선행을 하지도 않는다. 힘든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집배원이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고,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주면 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는 미래사회에는 사회안전망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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