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기

춘천보훈지청장
되돌아보면 지난 9월은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강원이 낳은 전국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여사의 발자취를 쫓기 위해 동분서주 했던 1달여가 아닌가 생각된다. 춘천보훈지청에서는 지난 8월 29일 73주기 추모헌다례를 시작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의 학술세미나와 기념 사진전·미술전, 사적지순례와 백일장, 추모의 밤 등 선양행사를 다양하게 개최했고, 지난 일요일 국립춘천박물관 강당에서의 기념 작곡발표회를 끝으로 윤희순 여사의 삶을 기리고자 했던 짧은 여정을 아쉬움 속에 마무리 하게 되었다.

특히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국가에서 기리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것은 애국충절의 고장인 강원의 큰 자랑인 동시에 다시 한번 강원의 기개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독립운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선각자적 여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물질만능과 이기주의에 물든 요즘 우리사회가 요청하는 새로운 어머니상을 보여주고, 정신문화의 가치를 교육하고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공동체를 가르친 참 어머니로서의 윤희순 여사의 면모를 조명해 본 한달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윤희순 여사는 한말 일제 무력 침략에 맞서 여성의병을 모아 안사람의병단을 결성해 ‘안사람 의병가’를 지어부르게 하며 여성의 독립운동참여를 독려했으며, 1910년 국권을 빼앗기자 차가운 만주 땅으로 건너가 척박한 산간을 전전하며 독립을 위해 진력하다 1935년 8월 29일(음력 8월 1일) 독립운동가인 장남 유돈상(1894∼1935)의 피살에 항거하며 단식하다 처절한 생을 마감하셨다.

또한 최근 망명지 중국 환인현에서 항일인재를 길렀던 학교터 ‘노학당’의 실체가 밝혀지는 등 국외에서의 활동 족적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역사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여성의 항일활동 평가에 대해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는 지금까지의 보편적인 시각을 벗어나 남성 지배 사회구조에서 인습의 굴레를 쓰고있던 여성상을 극복하고 한손에는 붓과 한손에는 총을 들고 남성보다 오히려 더 치열한 몸부림을 보여주신 선각자이기도 하셨다.

이처럼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었던 시대에 장소와 신분, 학문 등의 영역에서 ‘선’을 뛰어넘어 경계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만리타국에서 자신을 사랑하던 시아버지와 남편을 잃고 한때는 실의에 빠지기도 하였으나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실천했던 인물이었기도 하다. 또한 이국땅에 살면서도 가족부대라는 별칭을 들으며 독립운동을 지속하고 자녀모두를 독립운동에 투신케하는 등 여사를 둘러싼 삶은 드라마나 영화로 구성하여도 손색없을 정도로 기개와 열정으로 가득찬 삶이었다 할 수 있다.

윤희순 여사의 이러한 항일운동의 공훈을 기려 정부에서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으며 춘천 남면에 해주윤씨 의적비를, 춘천시립도서관 정원에 동상건립 및 중국 요녕성 선생의 묘터에 윤희순 항일 기념비를 세웠으며 독립기념관 경내에 여성독립운동가로는 세번째로 애국시 어록비가 건립된 바 있다. 지난 1달간 9월의 독립운동가 윤희순 여사의 구국열정과 활동상을 기리기 위한 각종 기념, 학술, 문화행사에 참여하여 지역사회과 국가를 위해 위국헌신하셨던 숭고한 뜻을 기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각계각층의 도민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에 우리 강원도민의 맥박 속에 고동치고 있는 윤희순 여사의 드높은 기상과 강인한 신념을 바탕으로 고귀한 애국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화합과 국론 결집을 통해 국가발전과 민족번영의 길을 열어 갈 것을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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