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칠

강원도의원
존경하는 K형!

2만리 하늘 길을 날아 릴레함메르(Lillehammer)에 왔습니다. 이곳은 오슬로에서 북쪽으로 200km지점의 인구 2만4000명이 사는 산간도시입니다. 오슬로를 떠나 쉼없이 달리는 차창으로는 솔베이지송의 서정이 흐릅니다. 도로연변에 전개되는 동화속의 그림같은 풍경들을 감상하면서 릴레함메르 초입에 이르니, 호수변에 도시명판이 자랑하듯 걸려있고 숲속에 오밀조밀 감춰진 빨간지붕들 너머로 저멀리 산중턱에 스키점프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서울시 면적보다 넓다는 뫼사호수를 사이에 두고 해발 1000m 내외의 펑퍼짐한 구릉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는 1994년 제17회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는 환상적인 경관으로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점프대시설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사용치 않지만 부대시설들은 일반인들의 관람과 체력단련장으로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외양이 흡사 둥근성벽 모양인 활강장보호대에 올라 까마득한 높이의 점프대를 올려다 보면서, 14년 전에 세계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이곳에서 펼치던 신나는 경기를 떠올렸습니다.

한 마리의 제비처럼 날렵하게 날아돌고 맵시있게 내려앉는 멋진 모습은 겨울스포츠의 진수였고 관중의 환호와 갈채속에 스타가 떴고 영웅이 생겼습니다. 우리일행은 경기장 시설들을 돌아 보면서 평상시의 유지관리와 여건들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시설도 훌륭하거니와, 주위여건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릴레함메르는 한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5~7℃ 정도로 혹한은 없으면서 눈이 많이 오고, 온난한 기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동계스포츠에 적합하다는 겁니다. 릴레함메르 이후, 일본(나가노), 미국(솔트레이크시티), 이탈리아(토리노)가 차례로 대회를 치렀고, 앞으로 캐나다(밴쿠버,2010)와 러시아(소치,2014)가 느긋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생각만 하면 분하고 속상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두번 모두 실패한 회한으로 아직도 억울한 눈물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3년에 이어 비장한 각오로 매진했던 2014년 마저도 물량공세로 달려든 러시아 소치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애쓰고 고생을 했나요. 300만 내외 도민이 나서고 지방과 정부가 앞장섰으며 대통령까지도 현지로 달려 갔었지요. 그런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은 짙은 눈물자국으로 응어리져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막비천운(莫非天運)이라고 합니다만,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숙명적 비관론보다는 무한히 열려있는 미래가능성과 긍정적 가치를 향하여 도전하는 편이 훨씬 떳떳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우리의 패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냉철하게 분석해보고,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전제는 꼭 필요하겠지요.

존경하는 K형!

오슬로 시청에서 만난 현지관계자는, 노르웨이가 2018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계획이란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평창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나온 거지요. 릴레함메르 언덕에 서서, 작지만 강하고 사랑스러운 강원도와 평창을 생각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은데, 세계는 숨가쁘게 경쟁의 회오리를 몰아오고 있으니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군요. 갈길을 재촉하는 일행들을 따라 또 길을 떠납니다. 다음 소식 드릴 때까지 균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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