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수

전 산림청장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반세기가 됐다.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때는 한자 숙어를 많이 듣고 썼다. 좋은 뜻을 가진 한자 성어를 잘 써서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 놓는 집이 많았다.

그때는 세계화가 덜 됐고, 동양 문화가 깊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생활에 귀감이 되는 좋은 말이 많았다. 많이 듣고 인생에 도움이 됐던 말로는 생활 지표로 ‘지ㆍ덕ㆍ체’, 가정의 가훈으로 ‘가화만사성’, 학생의 시험 준비 각오로 ‘형설지공’, 인생의 지표로 ‘중용의 도’ 등이 있다. 그 중 많이 들었던 좋은 말 중의 하나가 ‘온고이지신’이다. 이러한 말들은 세월이 지나고 물질문명이 많이 발달했어도 국가나 사회가 풍요롭게 사는 지침이 됨을 60살이 된 지금 깊이 느끼고 있다.

최근 몇 년 신문을 보거나 방송을 들으면, 짜증나게 자주 나오는 말이 ‘좌파ㆍ우파’ ‘잃어버린 10년’ ‘좌파적ㆍ우파적 경제 정책 또는 교과서 내용 변경’등이다. 이런 단어를 접할 때 생각나는 말이 어렸을 때 자주 들었던 ‘온고이지신’이다. 지난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취한다는 이 정신이야 말로 일관성도 유지되고, 세대간·정부간·사상간 마찰을 없애는 좋은 지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공자님께서는 세 사람이 오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타산지석이라 상대방의 실패에서 성공의 요인을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못 되고, 또는 모든 것이 잘 되어 가고 있다고 각인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미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거의 공황상태까지 빠져 들게 한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 사태는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속칭되기도 하고, 한동안 미국 경제의 번영을 이끌었던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의해 조장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엘런 그린스펀은 미국 FRB 의장을 네 번이나 연임을 했으며 경제에 있어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했지만, 그의 저금리 정책이 주택 버블을 일으켜 오늘날의 위기를 맞게 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평가는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어떤 제도, 문화, 습관이 생성 소멸하는 데는 그 연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 배경을 자세히 살펴 나쁜 것을 버리고 좋은 것을 살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것은 타당한 사고가 아닌 것 같다. 비겁과 만용 사이에 용기라는 중용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용기 있는 사람을 찬양하고 지지하고 있지 않은가.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갈등과 극한을 벗어나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온고이지신’이라는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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