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가을 햇살을 벗 삼아 오랜만에 가까운 산을 찾았다.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단풍의 축제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삶의 무게에 눌려 있던 무거운 스트레스가 일순간 날아갔다. 말없이 흐르는 땀을 훔치고 난 뒤 발밑에 펼쳐진 시가지의 아름답고 소박한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독일의 작가 ‘안톤 슈낙’이《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 지적한 문장이 생각났다.

그렇다.

요즘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도미노 현상으로 일어나는 연예인들의 자살 충격과 함께 달러화 상승과 물가상승, 경제침체, 정치 불안 등 수 많은 요소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가을의 계절과 함께 우리들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오세영 시인은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며, 사는 길이 어둡고 외롭거든 멀리 떠 있는 섬을 바라보라’며 고난과 역경의 삶을 극복하는 지혜의 시를 제시해 주고 있다.

노랗게 물든 단풍잎 몇 개를 주어 수첩에 끼웠다.

오랜만에 가을의 편지를 쓰고 싶다. 무시로 흐른 세월 속에 어느덧 사십대 중반 여인의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이 아름다운 가을의 계곡에서 잃어버린 소녀시절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메아리로 가득 들려옴을 발견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고 노래한 윤동주의 노래처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고 노래한 유치환의 노래처럼 오늘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운명의 삶에 감사하며 살련다.

지금 내 곁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함께 하는 이웃이 있으며 자랑스럽고 평화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이 있음을 감사하다. 바쁜 일상에 묻혀 그동안 아득히 잊고 살았던 그리운 이들에게 가을의 편지를 보내련다. 우리의 인생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듬으며 살아가자고….

김은주·강릉시 송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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