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춘천 제자감리교회 담임목사

(춘천 연탄은행 대표)
역사학자들은 우리나라 역대 가장 탁월한 임금으로 세종대왕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 세종대왕이 가지고 있었던 탁월한 지도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사학자들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백성을 긍휼(矜恤)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다. 21세기 컴퓨터 사용에 가장 적합한 글자. 소리글로 되어 누구나 쉽게 익히고 이해할 수 있는 글자를 우리는 선물로 받았다. 서기 1436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든다. 그리고 그 반포의 뜻을 훈민정음 어지(御旨)라 하여 임금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과 법령, 과학적인 도구들을 많이 만든 핵심적인 이유에는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이 긍휼한 마음을 품으면 가족 전체가 행복해진다. 그러나 가장이 잔인한 마음을 품으면 그 가정은 무너진다.

한 공동체 리더가 긍휼한 마음을 품으면 공동체가 활력이 생긴다. 가정에 긍휼이 사라지면 가정은 그냥 잠시 들르는 하숙집에 불과하다.

직장에 참다운 긍휼과 불쌍히 여기는 사랑이 사라지면 직장은 봉급이나 받는 장소가 된다.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백성은 국민이 아니라 방문객이나 외국인에 불과하다.

우리는 때로 긍휼에 대해서 오해할 때가 있다. 긍휼 베푸는 것을 값싼 동정심을 발휘하거나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긍휼이 많은 사람을 무시하기도 하고, 가슴에 분노하는 정열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참된 긍휼이란 사랑하기 때문에 아파하고 고통 받는 것이다. 참된 긍휼이란 사랑하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자녀를 뱃속에서 열 달을 키우는 어머니 마음이 긍휼이다. 우리는 또한 긍휼을 행한다고 하면 불법과 범죄를 용납하는 모습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긍휼은 진리와 함께 한다. 더 높은 선, 더 높은 진리, 더 높은 사랑을 향해서 가는 것이 긍휼이다. 모든 사람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다. 누구나 사랑 받고 싶어 한다. 도종환 시인은 ‘누구나 꽃이다’라는 시에서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라고 노래한다.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포근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젊은 남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나를 안아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져 가는 사람들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 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 줄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칼이나 무기가 아니라 이웃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한 번 더 껴안아 주고, 한 번 더 사랑하는 긍휼의 마음에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