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화진포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김일성 주석 별장이 자리한 천혜의 휴양지로서 일제 침탈과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다. 국민·참여정부 당시 김일성 별장(일명, 화진포의 성)을 다시 짓고 내부에 김 주석의 생애소개 등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여론이 있자 최근 군청에서는 관련사진 철거와 함께 전시구성을 새롭게 꾸민다고 한다.

필자는 닥터 홀이 쓴 ‘조선회상’이라는 책에서 김일성 별장의 최초 주인이 저자임을 알았다. 그 책은 청일전쟁 무렵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근대 조선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역사서(歷史書)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이름과 말을 쓰면서 부친의 뒤를 이어 환자들을 위해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았다. ‘해주 구세병원’의 원장 겸 내과 의사로 수많은 환자를 돌봤으며 부족한 진료비와 전국적으로 창궐하던 망국병을 계몽하고자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국내외에 발행하였다. 화진포에 대하여 스위스의 ‘루체른 호수’를 연상할 정도라고 극찬을 하였으며 바다와 가까운 높은 암벽 위에 자신의 별장터를 잡았고 유럽성처럼 지었으며 금강산도 보인다고 하였다.

저자는 ‘화진포의 성’에 함께 놀러 온 외국인이 일제 헌병에게 체포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는데 화진포해안을 무단촬영 했다는 죄로 추방되자 인도에서 은퇴할 때까지 의료활동을 하였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화진포의 성’ 즉, 김일성별장의 주인이 저자이므로 관청에서는 향토사학자, 유가족, 대한결핵협회 등과 고증을 거쳐 그의 생애 및 유물을 현 건물내에 함께 전시하여 역사적 사실을 바르게 전하고 숭고한 봉사정신을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 부친은 캐나다 출신 의료 선교사로서 ‘평양’에 병원을 열고 많은 환자를 진료 하다가 전염병에 걸려 병사 하였으며 모친과 부인도 의사로서 여러 곳에 병원과 의료학교를 세웠고 친지들에게 모금활동도 하였다. 이들은 동양의 슈바이처 박사라고 할 정도로 평생을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실천하였으며 말년에 캐나다의 요양원에서 청빈하게 살다가 희망에 따라 한강변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가족 3대가 안장되어 있다.

우리도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았으므로 가난한 나라의 빈곤퇴치를 적극 지원해야겠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한 권의 책을 통해 참된 삶의 의미와 성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준수·춘천시 동내면(육군대령)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