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혁

인제주재 취재부장
박삼래 인제군수가 최근 공식석장에서 흥분하는 모습이 잦아 안타깝다.

지난달 4일 군의회 본회의장과 이달 초 열린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흥분, 젊은 인제군의원으로부터 훈계를 받았는데도 지난 17일 인제군의회 본회의장에선 고발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격분했다.

이날 김관용 의원의 군정질의가 발단이 됐다. 김 의원은 “표가 있는 곳에만 정책과 예산이 있고 이익을 준다”며 근무시간에 사적업무가 일상화됐고 편가르기식 인사단행, 수해복구를 비롯한 각종 업무에 대한 독단적 밀어붙이기 행정 등을 지적하며 몰아붙였다.

박 군수는 김 의원의 군정 질의가 끝나자마자 반격했다. 박 군수는 “사람을 모욕하고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때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다”며 격분했다. 서로 고함이 오갔다. 의장이 급히 정회를 선포했으나 군수는 분이 풀리지 않자 큰소리치며 고발검토를 지시했다. 의장이 “군수가 군민을 대표해서 하는 군의원 발언을 고발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격분한 것은 잘못”이라고 경고 발언을 했다.

그러나 군수의 흥분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졌다. 인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군의원을 향해 모욕성에 가까운 발언을 계속하자 의장이 “군수의 발언수위가 너무 높다”며 제지했으나 듣지 않았다. 인제군의회 본회의장은 정책질의는 오간데 없고 막말하는 싸움터로 변했다. 이날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군수가 격분하는 모습에 놀란 주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군수는 군의원보다 더 이성적이어야 한다. 비판이나 조롱이 기분 나쁘다고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신뢰감보다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박 군수는 인제군의회 의장을 역임한 3선의원 출신이다. 박 군수도 군의원 때 집행부에게 쓴소리를 했다.

군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군의원은 집행부에 대해 단소리보다 쓴소리를 해야 한다. 군수가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못해 악악대는 사람이 없어지고 모두가 예예하는 사람들만 남는다면 인제군 발전은 요원하다.

박 군수는 지난 8일 시정연설에서 내년 군정의 가치 중심을 “군민에 두고 군민의 입장에서 군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10일 만인 지난 17일 정작 인제군민의 대표인 군의원에게 막말을 했다. 작심십일(作心十日)이 되어 버렸다.

인제군 인사난맥에 대한 비판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네 편 내 편식 편 가르기 인사행정이 거론 되는 것은 문제다. 최근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경쟁자였던 클린턴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원인들은 자기반성에서 찾아야 한다. 자기반성이 없는 곳엔 발전이 없고 견제가 없는 곳엔 나태가 자리 잡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깨닫게 한다. 군정을 이끄는 과정에는 적지않은 문제가 뒤따른다. 이런 곳에는 비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군정의 최고 책임자가 비판의 목소리에 자주 흥분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날 김 의원의 발언도 지나쳤다. 수해관련 예산과 관련, 행복한 군수, 복 많은 군수라는 말과 수해복구비 잔액을 군수비서실에서 개인용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대목은 지나치게 비약적이다. 군정질의는 정치질의가 아닌 정책질의가 되어야 한다.

군의회 본회의장은 군수와 군의원이 막말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의 장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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