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준

수필가
카랑카랑한 날씨, 며칠째 혹독한 한파가 매섭다. 높은 산에서 타고 내려온 칼바람이 살점을 도려내는 듯 아리다. 겨울은 추워야 되고, 눈은 올 때는 와야 제 맛이 난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니 그 어느 해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세상 속을 걸어왔다. 국제화시대 얽히고 설켜 그야말로 체감하면서 살아온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이 시기엔 누구나 계획을 세우고 회고하며 다짐하는 마음자세를 갖는다. 특히 새 달력, 새 계획을 마주하게 되면 왠지 아름답고 순수해진다. 희망찬 기축년(己丑年) 소띠해가 밝았다. 각자의 소망과 기대, 그리고 설렘을 안고 떠오른 태양이다. 새해엔 저마다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건국 이후 경제규모는 750배 커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00배 늘어났다. 잘살아보자며 앞만 보고 급하게 달려오는 과정에서 다소 굴절도 있었지만, IMF 이후 유례없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여파로 또다시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고 있다.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불안심리가 팽배해져 가고, 그것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시장경제는 전반적으로 전례 없는 경기침체의 늪을 못 벗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숨고르기를 더 해야 한다느니, 유럽 지역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든지, 아시아권의 경기침체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느니 난리법석이다. 그 영향으로 직장인, 농부, 자영업,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IMF 때보다 모든 여건이 나빠 살맛 안 난다고 모두가 난리법석이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는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우리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이미 밝아진 새해다. 그렇게 기복이 심했던 지나온 해는 모두 잊고, 하잘것없는 것은 훌훌 털어내자. 각자의 처해진 현실에 긍정적인 사고로 새 희망의 꿈을 그 바탕 위에 그려 넣자. 꿈은 꼭 이루어진다는 생각으로 한해를 맞이하자. 아주 작은 소망일지라도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이뤄지도록 챙겨보자. 미래의 꿈을 이루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 성취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나의 얼굴은 지난날을 살아온 내면의 자취이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고 무엇을 해야 행복을 얻을 것인가? 이런 물음에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검은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만사가 검게 보이듯 언제나 편견적 사고는 금물이다. 세계화와 지구촌시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서민들은 힘든 삶을 맞고 있다. 모든 사람이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포기하는 순간부터 희망은 싹튼다. 어둠이 깊어야 새벽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우리사회에는 그전보다 한 단계 도약된 희망찬 광명의 햇살이 우리의 가슴속에 또 다시 솟아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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