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잘 지내니?”. 지난 주 바다 건너 미국 매사츠세스주 보스턴에에서 날아온 한통의 편지에는 고국에서 군복무에 여념이 없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님의 안쓰러움과 사랑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1999년 이민을 갔고 한국인이 단 한명도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배려로 무사히 일리노이스 주립대학까지 진학했다. 이후 많은 한국인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빠지지 않는 화제가 바로 군 입대 문제. 대부분 병역 기피 방법에 대한 정보들 때문에 내심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한국인으로 고국을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며 입대를 권유하신 데다 고국에 돌아가 자원입대한 뒤 성실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군에서 배운 끈기를 바탕삼아 사회 진출에 성공한 몇몇 지인들을 만나면서 입대를 결심했다. 2007년 7월 입대한 뒤 36사단에서 즐겁거나 힘들 때나 함께 웃어주는 전우들이 있어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며 강인한 백호전사로서 거듭났다. 그러던 중 태백산부대와 영월 봉래중학교가 ‘강원 안보 지킴이와 함께하는 학습도우미’ 협약을 맺으면서 학생들에게 보충교육을 실시할 군인선생님을 모집한다는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유학생활 경력을 인정받아 4명의 장병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학습도우미에는 각자 대학시절 전공에 따라 수준별로 영어와 수학과목을 가르쳤다.

나의 영어수업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됐고 영어선생님인 나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심화과정을 맡았다. 학생들의 영어공부 동기 부여를 위해 회화에 초점을 두고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군복 모습에 어색해 하기도 하고 나이 어린 선생님이라 서먹서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달여 시간이 지나자 군복 입은 나에게 익숙해지고 혹은 군복 선생님에게 흥미를 느꼈는지 오히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솔직 담백한 대화를 나누며 학창시절의 고충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특히 대도시와 달리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게 주어진 소중한 두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충실히 채워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과 동시에 “오늘 수업에서는 아이들에게 또 무엇을 가르쳐줄까”하며 설레기도 한다. 나에게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안겨주어 내가 가진 능력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군에 감사드리며 나 스스로가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라는 것에 크나 큰 자부심도 느낀다. 군 생활을 하며 만난 전우들이 소중하고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인연들이 소중한 만큼 강원 안보 지킴이로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군 생활이 더욱 더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봉래중학교 제자들아, 비록 멋진 선생님은 아니지만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

정동환·영월 태백산부대 학습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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