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때 사람들이 '원컨대 조선 땅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였다거나 '돌이 만가지 재주를 부리고 물이 천가지 재롱을 피우며' 하는 말들은 모두 금강산의 아름다움이 특출나다는 것을 이른다.

그리하여 16세기 시인 송강의 '관동별곡', 최남선의 '금강예찬', 이광수의 '금강산 유기' 등 이름난 문필가들이 앞다투어 금강산을 예찬하였으며 일제시대때 일본사람들이 정한 '신일본 8경'에서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금강산은 강원도의 명산이었다.

지난 50년간 남북분단이후 금강산은 우리에게 가볼 수 없는 '꿈 속의 그리운 금강산'이었으나 1998년 11월 동해시에서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선이 첫 출항을 하면서부터 다시금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 30개월 동안 금강산 관광선은 40만명의 남쪽 관광객을 북으로 실어 날랐다. 동해시에 직간접으로 떨어뜨린 돈만 해도 연간 15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강원도에 있어서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해 12월 북강원도와의 공식교류를 위하여 강원도 지사를 비롯한 대표단이 방북한 루트가 금강산 관광선이었으며 이를 위한 실무접촉 역시 금강산에서 이뤄졌다. 4월 북강원도에서 있었던 남북공동 연어방류행사를 위한 어린 연어 55만마리와 대표단들도 금강산 관광선을 탔고 엊그제 솔잎혹파리 공동방제단도 이 배로 갔다.

이와 같은 남북협력의 길이자 평화의 길인 금강산 관광선이 사업채산성의 이유로 문닫을 위기에 봉착함으로써 강원도민의 마음을 조리게 하더니 최근 현대아산측과 북한측이 육로개방에 합의하였다는 보도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토방위의 최일선에서 강원도는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어느 곳보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군인들의 외출, 외박만 금지되어도 해당부대가 있는 지역에서 경기가 얼어붙는다. 96년 북한 잠수정 침투의 경우에는 몇 달 동안 동해안 전체에 불경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남북간 긴장완화와 협력의 증대는 그만큼 강원도의 경제기반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금강산 관광같이 강원도 땅에서 이뤄지는 남북교류사업은 내수확대는 물론 관광·물류산업의 활성화 등 직접적 경제효과도 크다.

특히 앞으로 열릴 것이 기대되는 육로관광이 갖는 의미와 효과는 관광선 사업에 견줄 바가 아니다. 지금까지 관광선은 공해상을 통하여 북한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육로는 직접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굳건히 닫겨있던 남북간 한쪽 벽이 무너지면서 남북간 전혀 존재하지 못했던 교류공간이 강원도에 생긴다. 이 공간을 통하여 보다 많은 남쪽 사람이 북한을 갈 것이며 외국인들의 방문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제관광지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때마침 열리는 양양국제공항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번 기회에 정부에서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효과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장기투자를 계획해 봄도 바람직하다. 강원도에서 제안하듯이 설악산과 금강산을 광역적으로 연계하여 「국제관광특구」를 조성해 보는 것도 남북간 신중히 검토할 일이다. 권역내에 김일성 별장의 화진포호가 있는 것도 북쪽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 그리고 'DMZ'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역은 외국인에게 큰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상시 외국인이 접경지역에 왕래한다면 그만큼 전쟁억제 효과도 커질 것이니 일거 삼득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물론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하여 '퍼주기식'에 대한 비판과 그 국가적 이익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분단기간이 반세기였다. 강산이 변해도 다섯번은 변했을 시기에 남북은 시종 대치와 반목을 일삼아 왔다. 비록 북한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 경제위기라는 피치 못 할 상황속에서 태동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제 비로소 평화적 교류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초기부터 무리한 투자와 수요과다 추정 및 북에 대한 '선심성' 사업시행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일한 남북통로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일전까지 여러 루트의 교류통로를 가지고 있었던 독일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금강산 통로는 유지되어야 하고 가능한 확대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국민의 부담을 줄이면서 하느냐'에 국민적 합의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廉燉玟 강원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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