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우

등명낙가사 주지
부처님은 일을 함으로써 생명이 성장한다고 가르치셨다. 이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일이없는 사람이다.

사실상 ‘팔만대장경’을 가리켜 ‘인생을 훌륭히 엮어 나가는 예지의 집적’ 또는 ‘탁월한 일의 원리의 집대성’이라고 불러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펼쳐나가는데 어떠한 일을 해야만 하는가 하는 방법론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가득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은 다음과 같이 대략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른바 대승보살도에 입각해서 삶을 펼쳐나가라고 하시는 인간존재의 기본적 사실이 이웃과 함께 함이요, 따라서 상고간의 책임이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먼저 깨우친 다음에 남을 제도하겠다는 생각은 부처님의 본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자신을 연마하는 가장 빠른길은 남을 일깨우고 돕는 일이다. 부처님은 ‘주저하지 마라. 지금 당장 중생과 더불어 웃어라. 주저하는 자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이다’라고 말씀하신다. 혼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은 결코 참된 깨달음일 수 없다. 타인의 구원을 위해 행동을 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참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일을 할 때는 밝은 마음으로 진리와 지혜의 광명 가운데서 하라는 것이다. 밝은 미소와 밝은 웃음은 행복의 영양소다.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대가 얼굴을 찌푸리면 세상도 그대에서 찌푸린 얼굴을 들이밀 것이다. 울거나 짜증내는 소리를 내지마라. 우는 소리를 하면 울게 될 일이 생긴다. 희망의 불길로 모든 것을 태워 버려야 한다. 희망은 인생의 어머이니자 등불이다.

셋째,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 나가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참회를 통해, 반성을 통해, 믿음을 통해, 일을 하라고 가르치셨다. 씨앗을 뿌렸다고 오늘 당장 싹이 트는 것은 아니다. 싹이 틀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는 섭취의 그날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 버리는 일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순환하는 법. 따라서 받아들인 것은 쓸 만큼 쓰고 흘려버리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다. 인간의 문제는 버릴 줄 모르는데서, 버리지 않으려는 데서 초래된다. 물질이건 상념이건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복덕과 새로운 삶이 전개될 수 없다.

수행자는 인생의 농부다. 하루도 쉴새없이 김매고 거름 주고 이삭을 거둬야만 하는 부지런한 농부인 것이다.

수행이야 말로 정진이야 말로 노동 가운데 가장 힘든 노동이요, 일 가운데 가장 힘겨운 일이다. 수행자가 조용히 힘써 수행할 때 그는 이 세상을 먹여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수레를 밀고 언덕을 오르는 일은 참으로 힘겹지만 우리는 마음의 밭을 가는 농부의 자세로 그 수레를 밀고 정상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도 극한대치속에 한치앞을 볼 수 없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세계 속의 경제난은 헤쳐나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물고 뜯는 반목보다 각자가 자기를 살피고 수행하는 수도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우선 무한한 자기 마음밭을 가는 농부의 자세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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