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대기중 ‘공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만약에 공기가 없다면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수 밖에 없지만 늘상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요함과 고마움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공기와 비슷한 존재가 물이지 않을까 한다. 물로 인해 어려움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물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쓰듯 한다’는 말 그대로 그냥 쉽게 구하고, 쓸 수 있는 것으로 치부하고 심지어는 물을 위한 시설들을 심하게 말해 예산낭비라고까지 한다.

제법 오랜기간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UN에서 말한 ‘물부족 국가’가 피부로 느껴지는 괴로운 나날들이다. 전국적으로 농업용수의 부족은 말 할 것도 없고 공업용수 및 생활용수의 부족도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힘든 상황속에 이곳 원주, 횡성지역에는 요즘과 같이 물로 어려운 날을 대비해 만든 횡성다목적댐이 있어 정말 천만다행이다.

현재 횡성댐으로 흘러들어 오는 물은 하루에 1만여톤(㎥) 밖에 되지 않지만 흘러보내는 물은 이에 20배에 달하는 20만톤(㎥)이나 된다. 즉, 1초에 12드럼의 물을 강바닥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댐으로부터 적당량의 물이 흘러들고 있어 섬강은 아직은 강으로서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 각종용수의 안정적 공급으로 원주, 횡성지역민들의 일반생활 뿐만 아니라 농업, 공업등의 경제활동의 정상적 수행을 보장하고 있다.

만약에 횡성댐이 없었다면 이 지역도 물로 인해 고통받는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원주와 횡성의 젖줄인 섬강은 희멀겋게 강바닥을 보인 부분이 많을 것이고 물을 ?기위해 강바닥을 파보지만 흡족할 만한 양의 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처럼 지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댐이지만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고 2,120억원 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이 들어갔다. 그리고 댐건설로 인한 환경변화에 대한 수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큰 비용은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다는 가슴아픈 사실이다. 그러나 치러야할 비용보다는 더 크고, 꼭 있어야 할 편익이 있기에 우리는 이를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기가 없다는 것은 거의 실현가능성이 없는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물 부족은 만약에의 일이 아니다. 예측하기 곤란할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는 이상기후와 계속 늘어만 가는 물 수요는 향후에도 우리를 물부족 곤경에 자주 빠뜨릴 것이다. 하지만 원주와 횡성은 걱정이 없다. 줄잡아 앞으로도 3개월 이상을 거뜬히 버텨줄 횡성다목적댐이 있는 물로 福 받은 아름다운 지역이기에.


李鍾玹 <한국수자원공사 횡성권건설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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