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9일 금강산 솔잎혹파리 남북 강원도 공동방제를 위해 금강산을 다녀왔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동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지나치는 차창밖 풍경만큼이나 여러가지 상념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북한병사들의 모습이 이 같은 상념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북한측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솔잎혹파리 방제약과 방제기법을 전수할 수 있을까.

하루 이틀밖에 살지 못하는 미세한 솔잎혹파리가 남북교류에 일조를 하는 것인가.

통일은 분단만큼이나 깊은 인내와 고통, 노력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절대로 일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방이 있는 만큼 철저한 점검과 상호간의 협조가 필요하다. 호혜(互惠)적 적대관계. 군사독재시절 일부 학자들의 남북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남북의 집권층이나 기득권층이 서로를 적대시하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유지나 이익창출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다는 해석이다. 선거때 등장하던 북풍(北風)도 단골메뉴 중 하나였다.

최근 북한상선의 영해통과와 월경한 우리 어선이 북한측으로부터 피격받은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비판이 많았다.

“영해통과 상선에 대한 미온적 대처는 국가방위체제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 “월경어선에 대해 해경이 수산당국에 행정조치를 의뢰한 것은 매를 든 도둑(적반하장 賊反荷杖)은 놔두고 주인만 꾸짖는 셈이다.”

맞는 말이다. 형평성을 잃은 처사로 분명히 잘못됐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어쩔 수 없는 상대적 비교를 하게 되면서 포용할 수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제 군사독재시절 길들여진 멸공, 승공 등의 대북관으로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룩할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남북정상이 서로 포옹을 하는 현 상황을 호혜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파도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도 물밑의 조류는 흔들림없이 도도하게 흐르면서 바다밑 생태계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한맺힌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을 보면서 울지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분명 우리의 혈육이 살고있다. 북한을 주적으로 보는 시각은 이산가족과 민족의 비원인 통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감상적 통일관 또한 경계해야 할 위험요소지만 우리가 북한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강원도는 북강원도에 감자원종장과 연어치어생산공장건설, 금강산솔잎혹파리 2∼3차 공동방제 등의 교류사업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

오늘 우리가 놓은 솔잎혹파리 주사약은 통일을 향한 작은 벽돌하나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이어질 때 우리의 비원은 성취될 것이라 믿는다.

金玉洙 <道농정산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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