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영서본부 취재부장
국토해양부가 17일 단행한 6급 이하 시설직들에 대한 인사 태풍으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상당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인사에서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6급들을 대상으로 향피제라는 명목으로 인사를 단행해 원주지방국토관청에서만 6급 시설직 공무원 7명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 등으로 전출되고 대신 이 지역 국토관리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7명이 전입됐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지만 타당성과 인사 대상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춰야만 제대로 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이번에 단행한 인사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지역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부패한다는 막연한 의구심만 갖고 실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최근 일부 지방국토관리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시설직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국토관리청이 지역 SOC사업의 대부분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 후 드러날 문제점들이 우려된다.

우선 부산이나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전입한 공무원들은 강원도 사정에 어두울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해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 기간동안 SOC 사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 지 걱정된다.

특히 공무원들의 자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입 온 공무원들이 이른 시일 내에 고향으로 돌아갈 욕심에 업무는 뒷전인 채 힘 있는 곳을 상대로 줄대기에 나선다면 오히려 부패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 평소 가족과 떨어져 2중 살림을 함에 따라 생활비도 훨씬 많이 들게 되는 등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토해양부 전신인 건설교통부 역시 지난 98년 공무원들의 부패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향피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갖가지 부작용만 낳은 채 흐지부지 됐으며 인사대상이었던 공무원들은 수년내에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도 당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전입 온 공무원들이 현장 출장을 핑계로 자신들의 고향지역 건설회사 현장 관계자들과 동해시에서 질펀한 술판을 벌이다 불상사를 겪은 적이 있다.

세월도 많이 흐르고 사정도 달라졌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향피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겪었던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당시의 사고를 거울삼아 전입온 공무원들이 강원도와 지역 주민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의 이번 향피제 인사를 보면서 나열한 걱정들이 한낮 기우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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