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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생각한다

김남권 2009년 03월 24일 화요일
며칠 간격으로 봄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집 앞의 개나리와 백목련이 드디어 꽃망울 터뜨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날씨가 포근해서 몽오리가 맺힌지는 오래 되었는데 수분이 부족했던 나무에 촉촉한 빗방울이 내리면서 본격적인 꽃망울 터뜨리고 갈증을 해소시킨 나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게 된다. 봄의 사전적 의미는 일 년 네 철 가운데 첫째 철로 입춘부터 입하 전까지의 동안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봄 백양, 가을 내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봄에는 백양산 비자나무 숲의 신록이 가을에는 내장산의 단풍이 으뜸 경치라는 뜻이다. 그리고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제 때를 만나야 제 구실을 한다는 의미로 요즘 같은 계절에 잘 어울리는 말이라 할 것이다. 봄갈이, 봄낳이, 봄놀다-봄뇌다를 비롯해 봄맞이, 봄바람, 봄볕, 봄보리, 봄비, 봄채마 등 봄을 상징하는 말들은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꽃피고 새우는 봄을 주체할 수 없는 시어로 향기롭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사평역으로 유명한 곽재구 시인의 봄이라는 작품 중 나오는 구절이다. 봄의 깊어가는 풍경을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으랴. 아마도 봄은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치는 계절이기에 가슴이 뛰고 볼이 발그레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면서 기지개 켜고/ 앙상하던 가지들이 몸을 떨면서/ 긴 겨울을 살아 냈음을 축복했지요.’ 유자효 시인의 봄의 찬가 중 일부이다. ‘봄이다/ 쭈그러져 있던 씨앗들이 풍선들이 부풀어 올라/ 상추가 되고 동백이 되고 진달래가 된다/ 봄은 부푸는 계절/ 내 가슴으로도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 나는 괜스레 홍조를 띠고/ 바람든 소녀들은 붕붕떠서 하늘로 날아 가려고 하고…’ 이대흠의 대폭발 이후 우주의 모든 것은 풍선이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래서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봄은 이 시들에 언급된, 가시내나 소녀들이 아니더라도 가슴이 부풀고 볼이 발그레 해지고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산으로 들로 물가로 향해 지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봄의 어원이 ‘보다’라는 뜻에서 출발 했는지 모른다. 영어로는 봄을 스프링이라고 하는데 그 뜻 또한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만물이 생동하며 튀어 오를듯한 계절, 그것이 바로 봄이기에 봄은 어쩔 수 없는 계절의 여왕인 것이다. ‘꽃이 핀다/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 팍 터진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않았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툭,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박후기 시인의 꽃기침 1연과 3연을 옮겨 적은 것이다.

목련이 피고 질 때 기침을 하고 떨림이 없었다면 꽃도 피지 않고 봄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속절없이 봄바람에 마음 흔들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김남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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