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구나 <2>


"선생님 문 부서지겠어요"

최경숙 선생님은 전과 다름없이 농담을 섞어서 상냥하게 엄지 선생님을 맞았다.

"그깟 문 부서지면 갈아주면 되잖아요!"

엄지 선생님은 적잖이 흥분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어디 아프세요?"

양처럼 순하기만한 최경숙 선생님의 말투에도 가시가 돋았다.

"최선생님, 이럴 수가 있어요.감정이 있으면 직접 말할 것이지.아이들 앞에서 그따위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있어요!"

엄지 선생님은 삿대질까지 하고 있었다.

"뭘 오해하시고 있는 거 아니어요"

최경숙 선생님은 두어 걸음 물러서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키 작고 못생겼으니 어쩌란 말이어요.나 밥 한 숟가락 줘서 키워 줬어요.선생은 아예 그만두고 생선 장사나 하라고요! 우리 반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 거예요! "

"호호호-"

엄지 선생님의 말을 다 듣고난 최경숙 선생님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한참 동안 웃기만 하셨다.

"웃긴 왜 웃어요.사람 무시하는 거예요"

"이 보세요.똑똑하신 선생님, 오늘이 몇 월 며칠이지요?"

최경숙 선생님이 갑자기 물어오길래

"그건 왜 물어요.오늘이 4월 1일 이-지-요"

하다가 만우절이란 걸 알아 버리고 엄지 선생님은 꽁지가 빠져라 4반 교실을 뛰어나왔다.배꼽이 터져라 웃어젖히는 4반 애들의 야유가 엄지 선생님의 등에 씹다버린 껌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3반으로 들어오니 조금 전까지 울고 있던 녀석들이 깨소금 맛이라고 키득키득거리고 있었다.

'젠장! 속았구나.'

엄지 선생님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만우절에 한 껀 올려 보려고 단체로 눈물까지 흘리며 울어 준 연극 솜씨가 갸륵해서 화를 낼려해도 웃음이 먼저 튀어 나왔다.

'아, 김 팍 새는 만우절이여!'

하고 투덜거리며 엄지 선생님은 화장실로 갔다.

속에 쌓인 노폐물이나 걸러 내려고 말이다.그 날 하루종일 엄지 선생님의 기분 점수는 빵점이었다.


글/김양수씨(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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